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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11경(景)_ 세심대(洗心臺)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31 10:26 수정 2024.05.31 10:29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12)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세심대(洗心臺)는 침수정(枕漱亭)정면 바로 아래에 있다. 곧 18경(景)인 구정담(臼井潭)옆에 있는 매끈하게 경사진 바위의 윗 부분이다. 세심(洗心)이란 곧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라는 말이다. 주역(周易)의 계사상전(繫辭上傳)의 "성인(聖人)은 이로써 마음을 씻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춰 둔다.(聖人以此洗心 退藏於密)"라고 하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세심(洗心)이란 "속세의 삶에서 마음에 묻은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낸다."라는 뜻이다. 이는 곧 이곳 세심대(洗心臺)에 와서 일신(一身)의 편안함과 재물을 탐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의 부정적 속성(屬性)을 씻어내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사(萬事)를 긍정하며 살자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늘 궁금하다. 인간의 본성은 자기를 만든 아버지와 엄마의 본성을 반반 닮아 나오는지, 아니면 어디서 뚝 떨어져 나오는 지... 아무튼 이곳 세심대(洗心臺)에 올라서면 물줄기가 흩어져 물방울을 날리며 구정담(臼井潭)으로 떨어지는데 마치 옥(玉)가루가 흩날리듯 물방울이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니 예전부터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옥(玉)이 구정담(臼井潭)의 절구통에서 부서져 옥가루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또 사람들은 "이곳에서 튀어 오르는 옥(玉)가루와 같은 맑은 옥계수(玉溪水)를 보고는 속세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었다." 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구정담(臼井潭)을 보기 위하여 오르던 이곳을 세심대(洗心臺)라고 이름을 붙이고는 "맑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아름다운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觀花美心)"라고 읊으며 서로의 마음을 닦아나갔다. 참으로 우리의 옥계(玉溪)는 세속에 물든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다시 돌릴 수 있도록 일러주는 자연의 교훈(敎訓)이 도처에 새겨져 있는 절경(絶景)이라 하겠다.    

 

다음은 세심대(洗心臺)를 읊은 한 수의 시이다. 이 시에 나오는 범준(范浚)은 송나라 때의 학자인데「심잠(心箴)」으로 유명하다

 

밝은 창가에서 주역(周易)을 배워 마음 씻기를 바라다간      學易晴窓願洗心

물과 돌들 사이를 배회하다 다시금 거문고를 타며             徘徊水石更彈琴

마음속 응어리를 없애니 더는 거리낌이 없었지만              淨吾渣滓無由得

범준(范浚)의 심잠(心箴)을 세 번이나 깊이 읊조렸다네.       三復沈吟范浚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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