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그냥 서 있는 것 같아도 어느새 나뭇가지의 색깔이 다르다. 꽃눈을 틔울 준비를 끝내고 어딘지 모르게 파르스름한 변화를 멀리서 볼수록 더 진하게 느끼는 것 같다. 아아, 봄이로구나 가슴이 설레며 발밑을 본다. 풀들이 땅을 뚫고 나오려고 꿈틀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내 고향 영덕의 복숭아 밭에도 분주히 봄이 오고 있겠구나 싶으니 어느새 마음은 고속도로를 달린가. 치악산 휴게소에서 밥 한 술 뜨고 물도 제대로 못 마신 채 차에 올라 달리던 게 어제 같다. 아아, 이제 백신이 들어왔으니 올해 여름에는 영덕에 내려가 물회 한 사발 시원하게 훌훌 마시듯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여기 미치자 괜히 신바람이 나서 걸음이 겅중거린다.
올봄은 그냥 자연의 섭리로 오는 봄으로만 가슴이 설레는 게 아니다. 그 무서운 역병 속에서 무사히 견디고 이겨냈다는 기쁨과 가족의 안전이 얼마나 감사한지 봄비를 맞으며 소리 없이 울고 싶을 정도로 기쁘면서 착잡하다. 그런데다 웬 낭보인가? 내 고향 영덕에 세계 최대의 해상 관람차가 설치된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덕의 관광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보도는 가슴을 뛰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높이 들고 빙빙 맴을 돌아도 어지럽지 않을 정도의 대 경사가 아니가?
이거 정말 생시 맞나 하고 꼬집어볼 지경이다. 지금 건립 중인 해상 케이블카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한껏 높일 것이라는 보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구의 해파랑 공원에 세워 질 계획인 이 관람차는 15인승으로 1대도 아닌 자그마치 48대가 배치되는데 1대가 직경 120미터에 높이가 140미터에다가 흔들림조차 거의 없어 그 안에서 행사도 가능하다니 가히 꿈 같은 얘기다. 국내의 기업이 500억을 들여 시공하게 되는 이 공사는 올 봄 4월에 착공하여 내년 5월에 준공 예정이다.
모두 48대가 움직이게 될 이 관람차 설치가 완공되면 연간 75만명 정도가 탑승하리 라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몇 곳에 해상 케이블카가 있어 부러웠는데 이거야 전국 최대도 아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라니 기가 막히지 않은가?
영덕의 입지가 여러모로 관광의 핵심이 될만하고도 넘치건 만 왜 그런지 그동안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기껏 대게를 중심으로 한 먹을거리 여행지로만 꼽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 그야말로 이 관람차 설치로 해서 인근의 여건들과 합쳐서 광역 관광 권역으로 발돋음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덕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이 관광 자원으로 세계인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호텔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이니 호텔들이 앞다투어 들어 설 것이고 음식점들이 대형 관광 업소 답게 재편 될 것이다. 연간 75만명의 탑승을 예상한다니 일반 관광객까지 합치면 100만을 훨씬 넘는 관광객을 맞이해야 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검푸른 동해 물결과 북으로는 울진 남으로는 포항 영일만에 이르는 바다의 빼어난 경관과 온천수들의 안락한 휴식처 제공, 내륙으로는 불영계곡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절경을 어찌 다 두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이런 비장의 자산들이 이제 한층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이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말이다.
관광지가 갖춰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친절이라는 인간 자산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 영덕의 군민들이 이 기회에 또 한 번 변신해서 친절 영덕을 창출해 내는 큰일을 해내기를 간곡히 권유하며 바라마지 않는다.
속정이 아무리 깊어도 표현을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더구나 오래 머물며 함께 사는 사람들은 시일이 지나면서 깊은 속내를 알게 되고 정이 들기 마련이지만 잠깐 며칠이나 하루 이틀 머물고 떠나는 관광객들에게는 깊은 속정을 전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고 나그네에게 친절 만큼 좋은 선물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친절이라는 것이 우선 말씨에서 절반은 판가름이 나버린다는 사실을 우리 고향 분들이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다.
마무리 속으로 마음이 따뜻해도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응대를 받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물며 관광객들은 손님이니까 더 민감하게 홀대 받고 있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경상도 말투가 그런 걸 어떡하느냐고 항변하지 마시고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훈련을 계획적으로 실시해서 라도 영덕의 이미지를 따뜻한 마음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로 만드는 노력은 이 공사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 놓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모처럼의 큰 기회를 완전히 우리 것으로 성공시켜 내야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미소 띤 표정도 훈련해야 한다. 우리 군민들이 모두 관광요원이 되는 노력이 있으면 영덕은 이번 기회에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본다. 경관 좋지, 음식 좋지, 관광 시설 여건 좋지, 호텔 등 관광 인프라 좋지. 교통 좋지, 게다가 인심 까지 좋고 친절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지개 켜는 가로수를 보며 자꾸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내 고향 영덕에 세계인이 몰려온다. 생각만 해도 어깨 춤이 절로 난다. 우리는 살가운 정을 나누고 이웃을 사랑하는 품성을 지닌 영덕 사람들 아닌가? 사람을 웃음으로 맞이하고 친절한 한마디로 다독이는 일도 해 보면 어색하지 않게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런 경사를 있게 하기 까지는 군수님을 비롯한 군의 관계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까? 생각만 해도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 우리 군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관광 영덕의 지도를 겉만 아니라 속 까지 완전히 바꿔내자. 사랑하는 내 고향 영덕이여 고맙다. 만만세다. 봄아 어서 오렴, 고향 땅 밭이랑에 희망을 심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