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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고향 김치로 면역력을 쑤욱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0.11.30 13:58 수정 2020.11.30 14:36

김 청 자 / 패션 디자이너

코로나가 연일 300명 이상씩 확진자를 낼 정도로 위세를 떨쳐도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을 접고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은행잎이 노란 멍석을 펼쳐 놓은 듯 해도 마음 놓고 가을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시들부들한 단풍에도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옥계의 붉은 단풍과 맑은 물 그리고 비경에 가까운 고향 경치가 그리워 콧날이 시큰해진다. 

 

지난 겨울 대게 철에 들이닥친 불청객 우한폐렴이라는 것이 눌러 앉으려 하자 이름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로 정했다. 이름이야 여하 간에 그 역병이라는 것이 웬만큼 겁을 주고는 물러갈 줄 알았는데 이건 질기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것인데 사람을 되도록 안 만나야 하고 침에서 비말이라는 것을 통해 전염이 되니 말도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권고이다. 방역 지침이라는 것은 마스크를 꼭 쓰고 되도록 모임에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은 더욱 조심하라니 고향 길도 발이 묶여 추석 성묘도 못 갔다. 봄의 복사꽃 향기도 못 맡아보고 그 황홀한 도원도 못 보았으니 고향 영덕이 그리워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실향민의 애환을 조금 이나마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해가 커서 배추 농사가 엉망이라 김치 담아먹기 어려우리라고 뉴스가 도배를 해서 금치가 될 거라며 법석이더니 배추 값이 내리고 김장들을 하느라 나름대로 분주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사 먹을까 하던 생각은 다 달아나고 옛날 외할머니가 담가 주시던 김치가 먹고 싶어진다.  고향 친구 양자에게 재료와 양념 비율들을 묻고 또 물으며 고향김치 담기 도전을 시작했다. 영덕 김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피가루와 꽁치젓갈이다. 멸치젓도 구하고 꽁치 젓갈에 제피가루까지 완벽하게 구했다. 의성마늘에 영양고추도 준비했으니 이번 김장은 고향냄새를 물씬 풍기며 축제가 되어 줄 것 같다. 또한 한 겨울 내내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코로나 19로 대입 수학 능력 시험 일을 좀 연기했더니 더 극성스럽게 전파 속도가 빨라져서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는 전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라니 겨울 날 일이 큰일이다. 고향의 자영업 하는 친구들도 걱정이고 관광객을 차단해야 하니 대게는 누가 먹고 과매기는 또 어떻게 할까, 생각이 꼬리를 물며 고향 친구들이 걱정이다. 

 

언제쯤이나 돼야 마음 놓고 ‘야야 밥 한 번 먹자 .’하고 호기 있게 친구들 불러 모아 푸짐한 생선 찌개 냄비 앞에 둘러 앉아 보려는 지 모르겠다. 마스크만 단단히 쓰면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지만 손에 만지는 것, 닿는 것 모두가 위험이라니 방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상수 중 상수임은 틀림없는데 그러 고서야 사람이 살았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려나 하얀 쌀밥, 그것도 갓 지어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에 영덕표 김치 한 가닥 척 걸쳐 먹으면 세상이 부럽지 않을 것이니  행복은 아주 가까운데 있지 않는가? 외할머니가 담가 주시던 김치가 먹고 싶어지며 인자하시던 외할머니가 불현 듯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정취를 잘 모른다. 아예 너무 외가 하고만 친해서 친가를 잊어버릴 지경이라고도 하니 그럴 경우는 애틋한 외할머니의 정을 느낄 새가 없기 마련이니까.

 

쇼윈도 밖으로 한 무리의 여인들이 지나간다. 젊고 발랄한 모습이 보기 좋다. 각양각색의 패션 마스크들이 눈길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래 우울한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고 앞에 닥친 역경을 이왕이면 용감하게 대처하면서도 자중자애 하면서 하면 매사가 좀 쉬워질 것 같다. 

 

그래 패션 마스크를 몇 장 만들어 마스크 위에 덧쓰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 나의 팬들을 위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만들어 써 보고 반응이 좋으면 그 때 시도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고향으로 신나게 차를 몰고 달리던 때가 언제인가 모르겠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치악산을 넘고 고향길을 재촉하면서 길이 막힌다고 짜증을 부리던 그 일조차 왜 이다지도 그리운 것이냐, 고향에 접어들어 복사꽃 흩날리는 길을 거침없이 달려가던 그 일이 바로 행복이던 걸 그 때는 몰랐다. 그래도 고향은 안전하게 잘 지켜진 편이어서 다행이다. 물회 한 사발 들이키듯 먹고 정다운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어릴 적 얘기부터 지금 사는 삶의 시름까지 서로 제 말 먼저 들으라며 쏟아내던 그 때가 이렇게 눈물 나게 그리울 줄이야.

 

수능 시험이 코앞인데 비상이 걸렸다고 뉴스가 난리다. 안동에 시험 보러 가던 나라 아무 말 없이 버스 차비에 가방을 들어다 주시던 어머니가 떠올라 눈시울을 붉힌다. 왜 어머니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기만 해도 바로 눈물인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은 어느 때나 사람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나 보다.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요란하게 벼락 까지 몰고 와 극성이더니 다시 또 대지를 적신다. 저 비가 코로나 19좀 말끔히 씻어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제피가루에 꽁치 젓갈로 맛을 낸 고향 김치가 면역력을 한껏 끌어 올려 줄 것이니 올겨울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지내보련다. 어머니가, 외할머니가 빙긋이 웃고 지나간다. 이 딸이 걱정 되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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