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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사과의 고장 청송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1.05.24 15:38 수정 2021.05.24 15:40

이 운 락 칼럼위원 

날씨가 갑자기 꽤 더워졌다. 비가 내렸고, 강물도 불었지만, 낮에는 여름 못지않은 더위가 시작되었다. 창고에 보관했던 선풍기를 꺼내 먼지를 씻은 후 거실에 준비하면서 필자는 사과의 고장 청송을 떠올렸다. 갑자기 떠오른 심상이었다. 청송사과는 이미 전국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청송에 거주하는 필자가 청송이 사과의 고장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과의 고장 청송을 생각한 것일까?

 

필자는 낮에 사과농사를 짓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의 말이 「다음 주 부터는 사과적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 꽃이 피고 진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상품가치가 될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고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것이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라는 심상이었다.

 

사과농사는 긴 시간의 노력과 정성과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 어린 묘목을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 적어도 4년 내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장기간의 투자를 하지 않고는 빛 좋은 사과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청송은 주왕산이라는 국립공원이 있어, 가을철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청송을 찾는다. 그때는 사과가 온천지를 붉게 물들일 때다. 탐스런 사과를 보면서 청송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농부들의 인고의 시간을 쉽게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송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가 사과농사에 관한 것일 때가 많다. 일상생활이 사과의 고장 청송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간혹 잊고 지내다가 오늘처럼 친구가 사과농사 일정에 대하여 말할 때, ‘그래 맞아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교직생활을 하기 때문에 농사에 관하여는 문외한이지만, 주위 사람들이 사과농사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초보자도 사과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필자도 그런 일은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일손 돕기에 나선다. 그 때문에 차에는 장화 및 적과 전용 가위를 항상 싣고 다닌다. 아마도 다음 주에 친구가 사과적과를 할 때, 짬을 내어 적과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농촌의 일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에 할 수 있는 일을 도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는 더욱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손을 돕기 위해 고향을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현지의 일손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정한 일을 할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여건에도 올 가을에 청송을 방문할 사람들에게는 먹음직한 사과들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그 탐스런 사과를 보면서, 지난겨울 사과나무 가지 전지부터 사과수확에 이르기까지 농부들의 노고를 생각하였으면 한다. 사과의 고장 청송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떠올리며 명품 사과를 맛볼 있는 가을을 우리 모두가 기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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