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토벽 회원)
|
망설였다. 1박 2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사정이 생겼다.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런데, 왠지 모를 힘이 나를 잡아당겼다. 7월 26일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하고 5시 반 동대구역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19회 문향골 문학캠프에서 친구가 된 지인의 차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 이렇게 하여 나의 세 번째 영양 문학캠프의 참석이 시작되었다.
2023년 5월경 연당 서석지에 사시는 8촌 누님을 알게 되었다. 누님이 시집간 정씨 집안의 가족인 정중수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서식지에서 하룻밤을 같이 새면서 동갑인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는 정교수의 초대로 문향골 제19회 문학캠프에 강사로 초대되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와서 올갱이 국을 먹은 다음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와 강당에서 강의를 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바다이야기를 했다. 반응이 좋았다. 참석자들과 지새우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시 백일장에 평가하는 모임에도 초대되었다. 천문대에 가서 밤하늘의 별도 보았다. 다음날 오구마을이라고 오지를 차를 타고 다녀왔다. 자연 그대로가 좋았다. 춘양목 혹은 금강송이라는 붉은색의 소나무를 많이 보았다.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우리 일행은 서식지에 들러서 다도하는 선생님이 준비한 차를 마시면서 60대 중반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았다. 나는 이런 마음을 담아서 고향에 전하자는 생각에서 글을 하나 적었다. 영양을 다녀온 기행문이었다. 인연은 계속이어졌다. 영양여고와 수비중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보람되었다. 나와 같은 시골의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후배들이 기죽지말고 큰 꿈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기를 바랬다.
다음 해인 작년에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에는 레크리에이션에도 참석했다. 참석자들과 친구가 되고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밤에는 천문대에서 별을 보았다. 오무마을을 또 둘러보았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헤어질 때 우리는 이미 모두 오래된 친구가 되어있었다. 내년을 또 기약했다. 정교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서식지에서 차를 마셨다.
올해도 참석했다. 김경종 문화원장님, 한국문인협회 영양지부 황태진 회장님, 영양여고 김옥순 교장 선생님, 윤철남 도의원님 등 지도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오도창 군수님과 군의회 의장님이 참석했다. 모두 반가워한다. 짧게라도 참석을 결정한 이유 중의 하나가 영양의 지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 식구와 같다. 이분들도 나를 식구라 여기신다. 나를 단순한 외지인이 아니라 바로 이웃인 영덕 출신이라서 더욱 좋아 하신다.
레크리에이션을 한 시간 했다. 6개 조에 6명씩 약 40명이 참가했다. 하나가 되는 놀이이다. 재미있었다. 모두 나이도 잊고 남녀 성별도 잊고 무아지경에 빠졌다.
이어진 공광규 시인의 시작 강의가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멀리서 차를 타고온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가치를 그는 나에게 되돌려주었다. 자신의 대표시를 화면에 올려서 설명해준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낭송하게 했다. 자신이 설명하고 제3자가 낭송을 하니까 더 집중이 잘 된다. 시라는 것은 쉽게 이해하고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분의 스타일은 글을 길게 적는다. 시는 모두 짧고 압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나의 선입견을 깨트린다.
시집 처음에 나온 시인 “별 닦는 나무”가 나를 사로 잡는다.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 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 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별 닦는 나무> 전문-시인은 시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냥 위의 시에서 몇 마디만 더 하고 지나갔다. 은행나무 노란 잎을 관찰하다가 얻은 시라고 했다. 노란색은 별을 의미한다.
은행나무와 나를 비교했다. 은행나무가 별을 좋아해서 닦다가 노란 아름다운 색으로 물이 들었다. 나도 당신이라는 별을 좋아해서 당신을 닦다가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나도 별을 닦는 나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아름다운 시이다. 자연의 현상을 우리들에게 비유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그 누군가는 부부 사이일 수 있고 친구 사이일 수도 있다. 오늘 이 자리 문향골 캠프에 모인 우리들 개개인 일 수도 있다. 서로 이방인인 우리지만 오늘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별 닦는 나무와 같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면서 서로를 닦아주면서 삶의 지혜를 주고받는 관계가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필요한 내용을 교훈으로 멋지게 아름답게 표현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가는 신경림의 시의창작방법연구를 읽으라고 우리에게 권했다. 이어서 자신이 테득한 시를 쓰는 방법을 아르켜주었다. 7가지 법칙이다. 1체험을 옮긴다. 2. 쉽게 쓴다. 3. 이야기를 만든다. 4. 진솔하게 쓴다. 5. 선배에게 배운다. 6. 현재 문제를 쓴다. 7. 재미있게 쓴다.
나는 수필이나 칼럼만 적었지 시는 쓴 적이 없다. 왠지 두려워서이다. 그의 설명은 내가 수필이나 칼럼에 대하는 태도와 같다. 그의 강의를 듣고 나니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급한 용무로 그의 강의를 마지막으로 나는 안동으로 가야 했다. 저녁 모임인 윷놀이와 별자리 보기, 오무마을 방문은 하지 못했다. 앞서 체험한 2년 전과 같은 프로그램일 것이다. 참석한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체험이 되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친척의 차를 얻어타고 안동역으로 향했다.
오도창 군수 등 내빈들의 인사에는 “영양의 아이덴티티, 문향”이 빠지지 않는다. 조지훈 선생과 이문열 선생으로 대표되는 영양의 문학이다. 영양 사람들은 자연과 문학을 함께 활용하여 멋진 문학제를 해마다 우리에게 제공한다. 자연 속에서 문학을 즐기도록 한다. 여기에 해마다 바뀌는 지식인, 주부, 영양 출신 출향인, 학생들 그리고 엄선된 문학 관련 강사들이 합세한다. 자연, 문학, 참석자, 그리고 집행부의 열정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영양골 문학제는 항상 성공으로 마무리된다. 참석자들이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성공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도 지금 그런 감정을 가진다. 내년에도 다시 찾고 싶은 성공적인 캠프로 만들어준 집행부와 참석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우리나라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작은 군이 영양군이다. 오히려 더 단합하고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영양의 지도층들의 합치된 마음이 무엇보다 크게 배울 점이다. 내년에는 시 백일장에도 참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