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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영덕의 군민들은 심성만 착한 것이 아니라 위기를 이겨내고 서로를 돕고 아픔을 싸매는 고운 심성 지녔기에 일상을 회복하고 새 삶을 열어간다. 내 고향 영덕 사람 얼굴도 모르던 친지들이 제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발 벗고 나서서 걱정해 주며 도움의 손길을 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며 얼마나 감동 했던지 그때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검은 땅을 생각하면 속이 까매 지지만 그 친구들의 도움과 고운 마음씨를 생각하면 금세 푸른 잔디가 가슴을 덮는다. 거기에 우리 영덕 군민들의 차분하고 천재지변에 대응하는 넓고 깊은 마음 씀은 또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가슴 뿌듯하다.
6월은 녹음이 우거지고 그지없이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우리에게는 6.25 한국전쟁의 아픔이 있는 비극의 달이고 현충일이 들어 있는 호국의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잘 잊고 사는 면이 많지만 동족상잔의 비극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 통한의 비극을 겪고서도 아직 분단의 비극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75년이라는 세월을 흘려 보냈다. 그 타는 가슴이야 산불 난 자리의 상흔에 어이 비할 수 있으랴. 통일의 그날을 목놓아 기다리던 우리의 선대들이 시나브 로 떠나갔다 하지만 남은 우리들 가슴에 그 열망이 어이 꺼질 수 있을까보냐. 낙동강에 우리 젊은 선대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서야 가까스로 지켜 낼 수 있었던 자유대한민국을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것은 준엄한 역사의 명령이다. 이제 거기만 머물지 말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반드시 그 날이 올 것은 확실히 믿지만 좀 빨리 이루게 도와 주시라고 기도한다.
전국의 많은 분들이 산불 피해 지역이라 조심스러워 못 간다 하지 마시고 우리 영덕을 앞다투어 방문해서 검은 땅도 함께 위로해 주시고 동해 바다의 신선한 해산물로 물회도 드시고 대게도 드시고 아름다운 산에서 채취한 여러 가지 산나물도 사시고 하는 일상의 일들을 영덕에서 많이 누리고 가시기를 바라며 초대하는 바이다.
아직도 공동 대피시설인 임시 거처에서 고생하시는 어른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송구스럽지만 조금 더 양해를 구할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마음으로만 응원할 뿐 어느 것 하나 금세 해결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가슴 아파하며 속만 까맣게 태우고 있다. 하늘에 뭉게구름이 화려한 춤판을 벌이고 있다. 내 고향 영덕의 너른 들에서 그곳의 뭉게구름 더욱 고울터, 마음은 뛰어가 함께 하건만 분주한 일상에서 헤어나기 힘드니 고향하늘 바라보며 기도할 밖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심상치 않고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도 나라를 지키는 일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것 잘 알고 있지만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는 못 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 6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비극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불행일 수 있지만 분단의 현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텐데 교육이 더 시급한 것 같다.
얼마전 전시됐던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가 떠오른다. 오늘의 이 불쌍한 후대를 예상이라도 했던가 어찌 그리도 금강산을 샅샅히 그려 줄 수 있었더란 말인가? 아름다운 금강산에 마음껏 오를 수 있는 그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영덕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똑바로 북으로 올라가면 금강산이 아니던가? 생각이 거기 미치자 어느새 고향 영덕의 불탄 자리는 검은 옷을 벗어 던지고 초록의 천지가 돼 버렸다. 하얀 뭉게구름과 어울려 신나게 펄럭인다. 그래 새로운 희망의 땅 영덕을 가꿔 통일의 그날을 기다려 보자. 희망은 가질수록 희망을 낳을테니 부지런히 야무진 통일의 꿈을 키워보자. 그런 6월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