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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아침을 여는 초대시] 비무장지대에 서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6.27 09:13 수정 2025.06.27 09:15

우 영 식

외롭게 한 서린 세월을 지키는
휴전선의 팻말은
산천어의 삶의 터전 냇물을
가르마 같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
한글과 한자와 영어로 기록된 채 꽂혀 있고

양지바른 곳의 나무 십자가는
잔인한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낡고 쓰러졌어도
처참했던 그날의 참상을 차마 말할 수 없어
75년 동안 침묵 속에 묻었다

어김없는 창조주의 질서에 따라
오고 가는 계절 앞에
넓디넓은 대평원은 지뢰밭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개발도 못하니
동족상잔의 후유증을 오늘도 치른다

막 피어나다 낙화 된 연보라 꽃잎은
처연히 강물 위에 떠돌고
부모 형제 기다리는 고향 산천에
소박했던 추억 찾으러 돌아가고 싶어라

이 고지 저 능선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인燐의 불덩이는
못다 한 생生이지만
나라를 지킨 기쁨을 찬미하는 축포이리라.

 

▶약력
인사동시인협회부회장. 월간 「신문예」윤리위원. 월간「신문예」에스프리본상 수상. 영덕읍교회장로. 영덕문인협회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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