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한 서린 세월을 지키는
휴전선의 팻말은
산천어의 삶의 터전 냇물을
가르마 같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
한글과 한자와 영어로 기록된 채 꽂혀 있고
양지바른 곳의 나무 십자가는
잔인한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낡고 쓰러졌어도
처참했던 그날의 참상을 차마 말할 수 없어
75년 동안 침묵 속에 묻었다
어김없는 창조주의 질서에 따라
오고 가는 계절 앞에
넓디넓은 대평원은 지뢰밭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개발도 못하니
동족상잔의 후유증을 오늘도 치른다
막 피어나다 낙화 된 연보라 꽃잎은
처연히 강물 위에 떠돌고
부모 형제 기다리는 고향 산천에
소박했던 추억 찾으러 돌아가고 싶어라
이 고지 저 능선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인燐의 불덩이는
못다 한 생生이지만
나라를 지킨 기쁨을 찬미하는 축포이리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