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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백신 맞고 달려가리 복숭아 밭으로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1.05.03 16:20 수정 2021.05.03 16:23

김 청 자 / 패션 디자이너

코로나가 아무리 극성이라도 꽃은 그까짓 것 아랑곳없다는 듯 오히려 보름이나 일찍 온 강산을 덮어버렸다. 4월에 피는 벚꽃이 어디랄 것도 없이 온 국토를 순식간에 분홍 차일로 싸안았다. 제주가 먼저고 진해 군항제가 어떻고 쌍계사 10리길이 어쩌니 저쩌니 입방아를 찧을 겨를도 없이 함박눈처럼 분홍 꽃비를 내리 부어 역병에 찌든 가슴을 후련히 씻어 주었다.

 

이맘때면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친구들을 한데 싣고 치악산 휴게소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호두과자 오물거리며 영덕의 복숭아 밭으로 달려갔었는데 3년째 발이 묵이니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나서 얼굴이 펴지지 않을 지경이다. 불청객 코로나인지 뭔지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통째로 저당 잡힌 것이 어디 한둘일까 만은 이 좋은 꽃 잔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드물지 싶다.

 

식구들도 잘 못 만나고 친구들은 불러낼 엄두도 낼 수 없고 모임도 모두 비대면인지 뭔지로 한다고 큰 회의는 위임장만 보내라고 번잡스럽게 하고 마스크를 안 쓰면 현관 밖에도 못 나가니 생각하면 숨이 막혀버릴 일인데 목숨이 무엇인지 군소리 안하고 잘들도 버틴다. 하지만 우울증이 걸릴 지경인 백성들 생각을 해서 꽃들이 한데 모여 동장군이 물러가자마자 위로하러 몰려 들었나보다. 꽃들이 미쳤나 순서도 없이 한꺼번에 핀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한지가 수년전부터의 일이지만 이렇게 철을 잊어버린 모습을 대하기는 처음이다. 이게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우리는 이 코로나 때문에 일회용품을 양산하는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그 또한 걱정이다.

 

집콕이 약이라 하니 방에 들어앉아서 손가락으로 밥을 시켜다 먹으니 쌓이느니 1회용품이다. 플라스틱 비닐 등의 환경오염 물질을 시간마다 만들어내고 앉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배달을 그릇에 하자니 번거로움과 인건비 때문에 감당이 안되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일이다. 할 수 없이 나부터 종이컵이라도 좀 덜 써야할까보다.

 

마음은 콧노래를 부르며 영덕으로 달려가 어느새 복숭아밭에 발을 뻗고 앉아있다. 복숭아가 몸에 좋은 과일이야 말 안해도 다 아는 노릇이니 생략하고 이 좋은 과일을 잘 길러서 택배로 가공으로 부지런히 판로를 개발해서 우리 영덕이 더 잘사는 고장으로 발돋움하기만 바란다. 작년 이맘때 전국에서 코로나환자가 단 한명도 없는 고장 영덕으로 방송을 탔던 자랑스런 내 고향 영덕, 그 청정지대가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세계인이 찾는 청정관광지, 쉼과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다양한 고장 영덕으로 세계인의 머리에 강하게 박힐 수 있게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자신을 갖고 한데 힘을 모으자.

 

복사꽃이 지고나면 싱그러운 녹음이 옥계의 맑은 물과 함께 나그네의 마음을 붙잡고 놓지 않을 것이다. 산에서 발길을 돌려 바다로 나가면 동해의 검푸른 물결이 강구를 치고 들어오면서 풍부한 어자원이 또 우리들 식탁을 즐겁게 해주지 않는가? 개울에 발 담구고 향긋한 고향 밭둑의 쑥을 넣고 찐 쑥버무리 한 덩이 떼어 소담스레 입에 넣고 볼이 미어지게 먹어보라 그 맛은 서울에 앉아 먹는 얍상한 멋쟁이 떡하고는 비교 할 수 없는 멋을 함께 지녔으니, 두 번 먹기도 아까울 지경이다.

 

4월은 온갖 봄꽃의 향연이 벌어지는 계절인데 그 영화를 올해는 3월에게 빼앗겼지만 역시 4월은 우리 마음속에 봄의 대명사요 꽃의 향연이다. 목련이 촛불을 켜고 벚꽃이 꽃비를 내리고 진달래가 다소곳이 간장을 녹이고 라일락이 코를 간지러 혼미하게 만들고 모란이 활짝 피어 귀부인의 행차를 보여주고 이거야 서너 달을 한꺼번에 묶어 엄청 큰 꽃다발을 만들어 버렸다. 코로나로 힘겨운 우리 민초들이 가여워서 하늘이 보내주신 위로의 전령사인 모양이다.

 

이제 코로나19의 예방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몸을 잘 보살펴서 건강을 지키다가 백신을 맞으면 자연스레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내년에는 영덕 고향의 복숭아밭에도 가고 밀라노의 원단회사에 다시 들러서 그동안 카다로그만 보고 옷감을 고르느라 답답했던 불편함도 일시에 날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밀라노 광장의 비둘기와 영덕 내고향의 복숭아밭이 한데 어우러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누구 손엔가 이끌려 동해의 푸른 물속을 자맥질하는 기분이 썩 마음에 든다. 대게 한입 입에 달다. 시원한 물회 한 사발,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아아 내고향 영덕, 언제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아름다운 산천이여 기다리라 조금만 더, 고향을 찾아 떠날 객지의 벗들을 기다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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