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서 의성에서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사망자 수가 많았고 연령대도 고령층이 많다 여기에 숲과 인접한 곳에 생활하던 분들이 급히 좁고 굽은 국도길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강풍 한 번에 수 킬로씩 날아가는 비화(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보다 빠르지 못했다.
괴물 산불이 경북 북부권을 휩쓸 때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도 허점투성이였다.
산림 당국은 의성 산불의 불티가 12시간 이내에 최대 51km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의성 산불이 영덕에는 닿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 정부 예측 체계의 부실함을 나타내었고, 영덕군 또한 또한 강풍이 예보됐고 주민 대부분 자력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인데 산불이 영덕 경계를 넘어온 걸 확인한 뒤에야 대피령을 내렸고 대피 장소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먼저 알려준 장소로 피신한 주민들에게 다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국내 산불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산불은 헬기와 소방차 등 장비 402대, 인력 2천 8백명 등 총력을 다해 배수진을 친 결과 나흘만인 28일 오후 2시 30분께 주불을 잡았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 올라왔고,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시커멓게 검은 재만 남은 채 처참한 모습이었다. 산불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산불은 영덕군에만 10명의 사망자를 내며 피해 규모면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으며 부상자도 11명에 달하며 약 8천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1천5백 세대의 주택이 불에 탔다
국내 최대 송이버섯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사실상 초토화 되었고, 영덕대게 원조마을인 축산면 경정리도 산불에 직격탄을 맞았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 덕에 '한국의 산토리니'라고도 불렸던 영덕읍 석리 따개비 마을은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었고, 해안 둘레길인 블루로드는 잿더미가 되었다.
화마가 덮치는 긴박한 상황속 행정당국이 우왕좌왕할 때 이웃을 위해 자신을 헌신했던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이들은 뜨거운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들을 먼저 챙겼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껐다. 소방당국이 미처 도착하지 못한 현장에서 이들이 맨몸으로 산불에 맞선 덕분에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제 영덕군은 예정된 각종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모든 행정력을 피해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피해주민 우선 조치의 원칙으로 의료, 주거, 생활 복구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재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피소가 아닌 공공 숙박시설과 민간 숙박시설에 거처를 제공하고, 산불 피해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받은 주민들의 안정과 회복을 위한 '긴급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농사철이 다가오는 만큼 이에 영농활동에 시급한 농기계인 승용방제기(SS기)와 관리기를 긴급 공수, 농가의 영농에 우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사업소에서 보유하는 농기계도 피해 농가에 우선 임대하고, 사용료를 면제한다. 그리고 피해 어업인들이 하루빨리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도비 지원 사업을 우선 적용하고, 어구 구입비 지원 및 어항시설 내 피난시설 신설 등 추가 대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빠른 회복을 위해 피해조사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력을 총동원해 차질 없이 복구하고 기존의 제도와 틀을 넘어서는 지원방안도 건의하겠다는 각오다
영덕군의회도 피해복구 지원을 위하여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일 임시회를 긴급히 개회하여 산불 피해주민 지원 및 구호 활동 등 실질적인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안건을 신속히 심의 의결하였다. 또한 현행 법령으로는 피해 복구와 지원에 한계가 많다며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였다.
정부와 경북도청도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3월 27일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영덕군을 방문하며 산불 피해복구에 총력 지원을 약속하였다.
경북도는 지난달 31일 산불 피해 복구와 생활 지원 관련 2천229억 원을 편성한 데 이어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7천802억 원을 추가로 편성하였고, 5개 반, 17개 부서 1,108명으로 구성된 '산불 신속 피해 조사단'을 운영하여 피해 주민들의 조기 생활 안정 및 공공시설 조기 복구를 지원한다.
조사단은 위성 영상분석, 드론 등 첨단과학 장비를 활용한 정밀 조사로 친환경 복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난 대응 체계와 피해 지원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산불 대형화에 따라 야간 진화 시스템, 헬기 대형화, 대피 표준매뉴얼 개선 등 산불 대응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영덕 대표 특산물인 영덕송이가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보상 방안 마련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피해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임시주택 지원보다는 영구주택을 보급해 달라는 건의도 검토할 만하다
화마(火魔)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대게를 먹으러 오는 관광객들로 붐벼야 하지만 올해는 대규모 산불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영덕군은 관광산업이 전체 산업의 64%를 차지하는 만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아울러 산불 여파로 식어버린 내수 경제도 지역 경기 침체에 한 몫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광 산업 육성 방안과 소상공인 활력 제고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최악의 산불 피해로 고통받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몰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