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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청첩장을 기다리며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3.28 10:16 수정 2025.03.28 10:18

김 청 자 / 패션 디자이너, 김청자 패션부틱 대표

사람의 한 평생이 시대에 따라 다를까? 같을까? 글쎄 같기도 하고 다를 것도 같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밀려서 왔다가 세월이라는 것에 밀려서 홀연히 떠나는게 인생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 그 삶을 깊이 들여다 보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적령기에 혼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지 못하면 무슨 흠결이라도 있는 것 같은 눈총을 받았던 것으로 표현함이 맞을 정도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그야말로 국민 개혼 시대였다고 함이 맞을 것이다 누구나 다 혼인하고 사는 시대.
 

그런데 어느때 부터인지 정확히 선을 그을 수는 없으나 30세가 넘는 미혼자들의 수가 급증해서 20대에 혼인하는 경우가 오히려 귀해질 정도의 세상이 돼 버린지 오래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봄이면 청첩장이 쌓여서 봉투 챙기기에 허리가 휠 정도여서 힘들었는데 이제 그 아우성이 즐거운 비명으로 그리워지게 되었다. 너도 나도 혼인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 보듯 하는 세상이 된 것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국민 모두가 중매쟁이였던 것 같다. 이사온 집에 처녀 총각이 있으면 아이고 총각 좋네, 짝이 있나? 해 가며 누가 말도 건네지 않는데 괜히 나서서 친정집 처녀 총각이나 친구의 아들 딸들을 끌어다 짝을 맞추려고 애썼다. 그런데 요즘은 제자식의 짝도 그렇게 열심히 찾지 않는 것 같다. 체면 차리고, 요즘 애들은 저희들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면서 뒤로 한 발 물러서 있는 부모들의 모습도 혼인 않는 시대의 한 책임 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까운 사이에 원망 들을까봐, 말 꺼냈다가 싫다 하면 민망하니까 등등의 말들,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되는 이유 등으로 온 국민 중매쟁이 시대가 저물어 간 것 같다. 너나 없이 제 자식들 혼사에 대한 태도도 거기 가깝다고 보여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혼인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지 않으면 자연히 혼인 못하는 젊은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친구들이 모여 앉으면 손주들 혼인 걱정이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이봐 그집 손주하고 이집 손주하고 맞춰보면 좋겠다는 말은 잘 들어보기 힘든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꽃비를 흩날리는데 목련이 하늘을 향해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데 아직도 청첩장 한 장 날아들지 않음은 어찌 보면 우리의 비극일 수도 있다. 인구소멸의 악몽을 얘기하며 그냥 들어 넘길 일은 아닌성 싶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어른들이 발벗고 나서서 지금이라도 젊은이들의 혼인을 위해 중매쟁이로 나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방법이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서로 꿍짝이 맞아야 무슨 일이 될텐데 그 짝궁이 얼른 나서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 시대보다 살림이 펴졌으니 살기 힘들어서 혼인이 안 된다는 것은 궁색한 이유이다. 우리도 다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해서 자식 낳고 집마련 하고 살았다. 지금이야 그 때보다 백번도 더 낫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혼인이 안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문제는 혼인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문제이다. 그야말로 혼인이 필수이던 시대의 사고 방식으로 어떻게 회귀시켜야 혼인은 선택이라는 신세대의 관념을 깰 수 있을까? 이것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휑하니 비어 있는 말끔한 책상을 쳐다보며 그 위에 청첩장이 수북히 쌓여서 주머니 걱정을 해야하는 옛날의 그 때를 그리워한다. 그래 너부터 나서봐라, 그 시대의 국민 중매쟁이로 말이다. 그래 나부터도 손 놓은지 오래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래 나부터 반성하고 다시 나서 볼 일이다. 혹시 원망 들을까봐 망설이지 말고 어른의 책임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이대로 방치하면 그야말로 인구절벽이 빠르게 덮쳐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 화창한 봄날 심란한 생각에 잡힌 이 때가 비극을 막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용감히 떨쳐 일어나자. 젊은이들의 혼사를 위한 적극적 후원자의 길로 들어서자 우리 국민 모두가 말이다. 꽃비가 내리는 날 원앙 한 쌍이 거리를 활보한다. 여기서 저기서 눈부시게 거리를 메운다. 그 뒤로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다. 뒤뚱대며 환히 웃는 얼굴이 꽃송이 같다.
 

그래 저 사람들 더 곱게 입혀 보자 어서 저들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해야 한다. 급하게 펜을 잡고 움직인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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