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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군(郡)에서도 “화요일에 공부하자”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1.04.15 11:33 수정 2021.04.15 12:44

↑↑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영해중고총동창회 수석부회장)

지난 일 년 동안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매일신문에 1년간 칼럼을 기고했다.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기회였다. 매일신문의 독자들이 대구·경북이기 때문에 시각을 한층 넓혀서 글의 주제를 선정하고 제언을 해야 했다. 그래서 영덕군에 머물러있던 시각을 경상북도와 동해안으로 넓힐 수 있었다.

 

영해고등학교 2학년 때 화랑교육원에 가서 처음으로 대구의 일류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과 경쟁을 하면서 경북사람이 되어갔던 사연,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의 발효 이후에 경북의 바다가 육지보다 5배가 넓어졌으니 바다를 더 소중하게 활용하자는 내용, 울진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에서 실시한 해양환경해설사 교육에 강사로 초빙되어 바다를 위한 해설사도 필요함을 역설한 내용 등을 칼럼으로 적어 발표했다. 나의 이런 칼럼에 공감하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칼럼을 보셨다면서 이철우 도지사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다. 경북도청의 “화요일에 공부하자”(화공)에 와서 발표할 것을 제안하셨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동해안의 바다를 잘 활용하자”는 제목의 발표를 3월 9일에 하기로 했다. 발표시간을 보니 아침 7시 20분부터 9시까지이다. 월요일 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예천에 있는 경북도청 근처에 도착했다. 이장식 국장님, 김민석 단장, 이승태 팀장과 양현주 대표 등 실무담당자들이 환대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청은 활기가 넘쳤다. 포항에 있는 환동해지역본부에서도 간부들이 도착해서 인사했다. 도지사님을 비롯하여 100여 명이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강의에 참여했다. 나는 동해안 바다를 더 잘 활용하여 경북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외국의 선박이 입항이 가능한 무역항은 경북은 포항항 하나 밖에 없다는 점, 수산물을 해외에서 수입하여 가공하여 수출하는 크러스트를 동해안에 설치하자는 점, 포항을 크루즈 산업의 중심지로 하자는 점, 축산항-영해 관어대-창수 인량-도곡을 잊는 벨트를 국제해양역사관광특구로 만들자는 등의 설명을 했다. 강의를 마친 다음, 도지사님이 초대하여 이희범 경북재단이사장, 경북도립대 김상동 총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경상북도 출신 전문가들을 네트워킹해서 경북의 발전에 도움을 받자는 논의를 했다. 마침 이희진 영덕군수님이 도지사님께 보고를 하러온다고 하여 조금 기다렸다가 자리를 같이 하였다. 군과 도의 발전을 위하여 두 분이 애쓰시는 모습을 보았다.

 

이 행사는 도지사님이 취임 후 시작하여 매주 화요일 실시하는데 내가 93회 째 발표라고 했다. 처음에는 아침 일찍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도청의 직원들도 참여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도지사님이 매번 참석을 하시고, 또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점차 이 모임에 빠져 들어서 서로 경쟁적으로 참석을 하려한다고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남보다 앞서 선점해야한다. 법학자인 나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때가 있는데, 참으로 도움이 된다. 그간 어떻게 풀면 좋을지 하고 정체된 문제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섭이라는 단어가 대세가 되고 있다. 다양함이 함께 어울어지면서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모른다고 한다. 경험은 직접 체험함이 좋지만, 사람은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없다. 간접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체험한 것을 강의로 듣는 것도 직접 체험 못지않게 감동을 준다. 경북 도청에서는 이런 강의를 2018년 11월부터 시작하여 이미 100회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2년 반 이상 화공강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나는 경북도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예천으로 이전해 와서 직원들이 세상물정에 뒤떨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 대구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 와서 강의를 매주 듣도록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적절한 기획이다. 이러한 도청의 모임은 각 군 단위 혹은 군 연합회에서도 실시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덕-영양-청송-울진군에서 다양한 분야의 출향전문가를 매주 초빙하여 강의를 들으면서 군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통섭의 자리를 가지자는 것이다. 건축, 해양수산, 행정, 역사, 관광전공자인 출향인들은 고향의 발전을 위한 특강모임에 기꺼이 할 것이다. 이들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북도의 화공모임과 같은 공부모임을 군단위에서도 하자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군의 자문단이 되어 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터이니 금상첨화이다.

 

강의가 있은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무언가 배워서 우리 경상북도를 발전시켜 보자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던 그날 경북도청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경상북도 출신인 것이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이런 긍정의 분위기를 우리 고장의 군청에서도 다시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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