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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꽃 한 송이를 드렸는데…….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2.13 10:02 수정 2024.12.13 10:06

| 이 영 숙 칼럼위원

우리가 살아가는 테마가 다양해지는 것은 사회적 발전뿐 아니라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상호 공유하여 경험의 폭이 진보적으로 확장되어서 미래는 상상할 수 없도록 엄청나게 변화될 수 있다. 그 힘을 가지고 물결처럼 잔잔히, 남모르게 젖어 드는 것이 생활문화이며 인문학이다.
 

이런 문화의 광활한 파장을 행정의 중심 정신으로 설계하여 군민을 이끌어가는 지역 문화가 생활 속으로 스며들도록 행정적 지원이 왕성할 뿐 아니라 그 문화의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중심 테마가 다양해지고 있다.
 

인문학은 절대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늘 체험하고 우리의 실생활에서 서로 주고받고 있는 문화이다. 서로 소통하는 대화 속에서도 인문학은 미래에 유익한 길로 이어지고 있는 매우 평범한 우리의 문화이다. 평범한 문화의 한 줄기를 각 지역마다 그 특징을 찾아서 행정 지원의 중요한 정점으로 삼아 사람들의 미래를 예약해 주고 있다.
 

왜냐하면,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현명한 통로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꽃 한 송이를 서로 나누는 시간을 권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마음이다.
 

지난 시월 마지막 주, 작은 모임의 수업을 마치고 강사료 지급에 따른 소득세납부 업무를 잘 몰라 세무서를 찾았다. 관공서라고는 자주 가 보지 않아 서먹하기도 하고 잘 모르는 업무의 민원 입장으로 가는 걸음은 매우 두렵기도 했다. 읍에서 좀 떨어진 세무서는 넓은 주차장에 아주 단아하고 깔끔한 관공서였다. 소득세 업무를 보는 곳을 찾아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다정한 목소리를 기대하며 들어섰는데, 문소리에 서너 명이 고개를 들더니 그중 한 사람이 "머 하러 왔어요?" 라는 갱상도(경상도) 어투를 툭 던졌다.
 

순간, 긴장되었지만 필자 또한 경상도 사람이라 필요한 업무를 갱상도 어투로 설명하려고 '소득세….' 라는 단 세 마디를 했는데 "아 그거요? 그 입구에 있는 아가씨한테 물어 보소." 라는 단호한 말만 던지고는 고개를 숙였다. 더는 무슨 말이 필요 없는 분위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구로 되돌아서서 아가씨에게 도움을 받은 후 잔뜩 위축된 목소리로 인문학 가을 행사 하나를 소개하며 초대장을 조심스럽게 안내하고는 빨리 나와 큰 숨을 내쉬었다.
 

그 후의 과정을 더 스케치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그곳에 정중히 드리고 온 꽃 한 송이는 기어코 시들고 말았다. 아니 지금쯤 쓰레기장에서 불태워졌으리라.
 

지역민들의 소담스러운 문화행사가 그 관공서 공무원이 보기에는 보잘것없겠지만, 그 위축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내민 행사 안내 초대장을 '그기 뭔데예?'라는 눈길로 '거 놔 노이소' 라는 말 한마디 하고 고개 돌리던 몇 초의 시간 속의 꽃 한 송이. 그 꽃 한 송이가 그 관공서에서는 단지 종이 한 쪼가리였다.
 

열흘 지나고 나서 혹시나 하고 그곳을 다시 찾아 우리가 드린 꽃 한 송이를 확인해 보니 무슨 초대장? 이라는 눈짓에 더는 설명을 않고 되돌아 나왔다. 대민 업무에 시달리는 현장에 대한 연민을 가슴에서 캐내려 했지만, 그 현장의 데면데면한 분위기와 고압적인 갱상도 어투와 온기라고는 없는 눈길과 삭막한 공기를 변화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삭막하고 고독한 시대. 이 시대에 찌들고 곪아가는 젊은이들의 정신적 뜨락. 가을꽃 한 송이가 내년에는 종이 쪼가리가 안 되도록 문화의, 인문학의 멍석이 더 넓게 펼쳐지도록 문화적 시대정신을 다지는 봉사 시간의 기회를 더 찾아서 다 같이 꽃 한 송이씩 들고 환호하는 시대정신과 인문학의 띠를 이어가는 꿈은 접지 않아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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