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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강구정보고등학교에 웹툰 전공이 만들어졌더라면...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2.06 09:58 수정 2024.12.06 10:00

| 김 병 수(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만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필자는 영덕읍 남석리에서 태어나 영덕초중고를 졸업하였다. 안동대 미술학과를 거쳐 만화가이자 웹툰작가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천안 상명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전공 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필자는 30대 초반부터 만화계 협단체 일도 병행하면서 만화계 각종 행사,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만화진흥법 추진본부장을 맡아 만화진흥법이 제정되는데 산파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에 각종 정책을 제안하여 전국 시군마다 만화체험관이 설립되고, 도나 광역시 단위에 지역웹툰캠퍼스, 장애인웹툰아카데미가 만들어지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만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의 소임도 맡고 있다.
 

처음 기고하는 칼럼에 장황하게 자기 자랑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만화·웹툰 업계의 동향을 누구보다도 빨리 접하고 파악하고 있다는 말씀을 독자들께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 웹툰은 2000년대 초 생성되어 2013년 유료플랫폼이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100여개 국가에서 디지털만화분야 1위를 달성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가기까지 했다.
 

산업이 융성하자 웹툰을 배우겠다는 지망생들도 크게 늘어 현재 70여개 이상의 대학에 만화·웹툰 관련 전공이 개설되어 있다. 필자 개인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8개 대학에 불과하던 것이 2024년 조사에서는 72개였다. 매년 10개 가까운 대학에 웹툰 전공이 만들어 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고 있는 <만화백서>에 집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개설된 웹툰 관련 전공을 집계하였다. 모두 26개 고교에 만화·웹툰 관련 전공이 운영되고 있다.
 

2022년에 안양문화고등학교에 웹툰메이커스과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전국 13개 특성화고에 '웹툰' 전공이 설립되었다. 안양문화고 웹툰메이커스과는 첫 입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인터넷 소개 자료에 '(안양문화고등학교)웹툰메이커스과는 전국 최초로 고등학교에 개설하였다.(엄청난 입학 경쟁률)'이라고 나와 있다. 필자는 '엄청난 입학 경쟁률'이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가슴을 쳤다.
 

대학교에 웹툰 전공 설립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면 몇 년 안에 고교 과정에도 반드시 웹툰 전공 설립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하고 전국 최초로 영덕의 강구정보고등학교에 웹툰 전공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북북부지역에는 관련 대학, 고교 과정이 전무했기 때문에 충분한 가능성과 경쟁력이 보였다.
 

2010년대 말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영덕발전연구회 세미나 발제문에도 넣고, 영덕교육지원청에 가서 담당 과장님도 만나보고, 영덕군에도 건의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기숙사 기반이 없었으며, 관련 당사자들의 의지도 빈약했다.
 

내가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끝없이 밀려왔다. 하지만 멀리 대전에 거주하면서 작가로, 교수로, 기획자로 바쁜 생활을 이어가는 필자는 1년에 서너 차례 영덕에 가는 것이 고작이다. 무슨 일을 도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 것이다.
 

웹툰과를 만들고 싶어서 불쑥 찾아 갔던 강구정보고등학교는 관련 전공을 만들기에 너무 좋은 시설과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입학정원에 한참 모자라는 재학생 숫자를 보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였으나 지역에서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없었다.
 

'전국 최초로 웹툰 전공을 개설한 강구정보고등학교 엄청난 입학 경쟁률!' 이 문구가 두고두고 나의 가슴을 치고 또 칠 것 같다. 오는 12월 13일 영덕발전연구회 세미나 참석 차 오랜만에 고향 영덕을 찾는다. 강구정보고등학교를 지나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속담에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데 필자가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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