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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부모 생각만 설명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고 잔소리임을 알자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1.15 09:44 수정 2024.11.15 09:47

조 방 제(영진사이버대학교 총장·교육학박사)

자녀와 부모님들의 대화 수준을 생각하면 재미있으며 같음도 알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부모가 자식에게 "나는 뭐 좋아서 잔소리하는 줄 아니?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라고 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잔소리 안 하고 어떻게 애들을 키워요"라고 하고, 교사들도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 잔소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잔소리를 듣는 아동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언젠가 학생상담과 관련된 책을 보던 중 한 사례에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매를 맞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초등학생의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 녀석 말이 걸작이었다. "매는 그 순간의 아픔만 참으면 되지만 잔소리는 오랫동안 참아야 하잖아요." 참을성이 부족한 요즘 아동들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사실 자녀를 키우면서 잔소리를 안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부모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자녀가 그것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면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잔소리를 해야 하고 자녀들은 싫어하니, 꼭 해야 될 잔소리라면 잘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잔소리를 하는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 부모들이 잔소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잔소리는 사랑한다는 의미이고,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할 이유가 없다. 둘째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잔소리는 폭력을 쓰기 전에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고, 계속 말을 안 들으면 폭력을 사용하겠다는 경고가 내포돼 있다. 세 번째는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책이기도 하다. 대부분 "어느 부모가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겠는가"라고 하겠지만 사실 이런 유형이 많다.
 

부모가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면 자녀들은 움츠러드는데 부모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즉 자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 때 부모는 자신의 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믿으며 잔소리를 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부모보다는 인격적이라고 생각하며, 때로는 자신도 하기 싫지만 자녀를 위해 잔소리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되면 습관적인 잔소리를 하게 되고, 부모의 습관은 자녀가 고스란히 배우게 된다.
 

부모들이 잔소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잔소리와 대화를 구분해야 한다. "엄마, 철수가 보고 싶어요. 이사 가서도 잘 지낸대요?" "잘 지내. 철수는 공부를 잘 하잖니. 이번 시험에서 또 일등 했다더라." "전학 가서도 여전하네요…." "그럼 텔레비전도 안 보고 늦게까지 공부한다잖니. 어찌나 착한지 컴퓨터 게임도 안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학교 갔다 오면 학원 가고…." "에이씨!" "에이씨라니. 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이런 상황에서 흔히 부모들은 철수를 화제로 아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은 전혀 다르게 느끼는데, 결국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다고 여긴다.
 

잔소리가 생활화되면 부모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평소에 자신이 자녀에게 바라던 요구사항을 교묘하게 대화 속에 숨겨서 이야기한다. 이런 식의 대화를 몇 번만 하면 자녀는 부모와의 대화를 아예 피하려고 한다. 대화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반응하는 것이지 내 생각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자녀들과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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