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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게(Chionoecetes opilio) 영덕, 그 다음은?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1.15 09:35 수정 2024.11.15 09:38

대한민국에서 영덕은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청정해역인 덕분에 귀한 대게가 넘쳐난다고 인식되어 있다. 모래 밑을 파면 검은 유전이 마구 쏟아지는 사막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영덕은 대게. 대게는 영덕'이라는 대명사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대게가 영덕을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해마다 대게 축제로 영덕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태이다. 동해안 각 지자체마다 대게 원산지 주장에다 해수 온도 변화로 어획량은 급격히 줄고 어종의 변화로 어려움이 많다. 불법 어획물과의 전쟁에다 러시아와 유럽산 대게까지 유입되면서 명성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문화의 양의성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빛과 그늘이 공존하듯 합리와 비합리가 동시에 작동되어야 한다.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세계는 다채로운 변화를 요구 중이다.
 

지역의 경제는 그 지역의 특성을 찾아서 개발하고 유기적으로 섞어 새롭게 만들어 내는 퓨전식으로 발전시켰을 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된다. 지역이 자랑할 콘텐츠를 묶는 융합 문화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고용과 복지가 함께하고 학술이 받쳐주는 문화와 행정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로 발전을 시켜야 한다. 그동안, 영덕의 전통문화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관을 조성하자는 군민의 여론을 본지에서 누차 밝혀 왔다. 지역이 내세울 복지, 정치, 학술, 문화,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업적을 한곳에 모을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대한민국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전남 진도군의 문화 행정은 늘 타 지역을 앞서고 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을 필두로 역사가 녹아 있는 명승명소가 산재해 있음에도 후세에 명승지가 될 새로운 문화명소를 건립하고 있다.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진도군복합문화예술회관이 추진되고 있다. 역할을 다 한 관내 다층의 예식장을 구입하여 그 지역 출신 유명 화가의 작품이 상시 전시되는 미술관이 중심이고, 부대 시설로는 복지관, 생활 속에서 주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활성화하려는 계획이라 한다. 진도가 배출한 호남 산수화의 거벽(巨擘)으로 옥산(沃山) 김옥진(金玉振), 금봉(金峰) 박행보(朴幸甫), 임농(林農) 하철경(河喆競)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이미 거장들로부터 작품 기증식 절차가 끝나 수천 점의 명작들이 수천억 원의 가치를 지닌 채 군 자산으로 등재되었다. 공공미술품으로 변신하여 군민들의 시각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진도를 찾은 방문객들에게는 특성화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본다.
 

영덕군은 어떠한가? 지역 출신의 화가, 시인, 소설가, 학술인이 있어도 그들의 예술세계를 담을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중적으로 유명했다는 체육인이나 개인의 명성을 자랑하려는 기념관 정도를 짓겠다는 자타(自他)의 의견이 오가는 정도가 고작이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영덕을 상징하는 풍광에 한몫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를 마주한 산등성마다 기괴한 기계음이 허공을 가를 뿐이다. 망망대해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문화적 혜택이 삶 속에서 일상화될 때 정상적인 즐거움이라 생각된다.
 

보배의 섬 진도군(珍島郡)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지역의 기쁨은 영덕군복합문화예술회관 건립이 행복의 출발이다.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속담이 있다. 군정 책임자들은 작은 의견에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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