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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21경 옥녀봉(玉女峰)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8.16 09:59 수정 2024.08.16 10:03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22)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옥녀봉은 침수정 뒤편, 팔각산 맨 아래쪽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이다. 옛날 전하는 이야기로는 “세상이 만들어지기 아주 오래전 어느 때 몸과 마음이 옥(玉)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옥녀(玉女)가 이곳 봉우리에 살았는데 항상 맛있는 음식을 구름 쟁반에 담아서는 긴 저고리와 날아갈 듯한 치마를 입고는 옥계 산신령을 따라다니며 옥계 37경의 신령들의 허기를 채워주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침수정 부근의 조연(槽淵)에서 검은 흑말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누군지도 모르는 낭군에게 홀딱 반하여 장래를 약속하였는데 이 낭군은 다시 오마 약속을 하고는 함흥차사가 되어 결국 돌아 오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결국 기다림에 지친 옥녀는 이곳에서 서 있는 그대로 먼지가 쌓여 흙이 되고 흙이 굳어 돌이 되어서는 하나의 봉우리가 되었는데 훗날 이를 옥녀봉(玉女峰)이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망개나무 덩굴처럼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체로 오늘, 내일 하면서 그 낭군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근래에 다시 전하는 이야기로는 “옥녀봉에는 옥녀라는 낭자가 살고 있는데 미모가 뛰어날 분만 아니라 단정한 행실에다 베를 짜는데는 가근방에서 최고라고 소문이 났는데 이 옥녀는 작은 베틀 대신에 옥녀봉 중간허리의 반쯤 석은 참나무 등걸과 팔각산 여덟 봉우리에다 명주실을 걸고는 베를 짜서 옥계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 대서천 너른 들판에서 말려서는 양설령 정상에서 가금씩 서는 난장(亂場)에 내다 팔아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라 하고 있으며 이때 옥계 골짝 깊숙한 곳에 살고 있던 엄(嚴)도령이라는 총각이 우연히 옥녀봉 앞을 지나다 옥녀에게 반하여 평생을 두고 사랑할 것임을 맹세하고 옥녀에게 청혼을 하였는데 옥녀도 씩씩하고 잘생긴 이 청년에게 마음이 흔들려 청혼을 허락하며 그 대신 “옥계 37경은 좀 모자라니 옥계 49경은 되어야 한다.”며 그대가 옥계 37경에다 12경을 더 만들어 보태어 옥계 49경을 만드는 날 결혼식을 올리자고 하면서 허락을 하였다.


그런데 이때 저 옥계 하구에 있는 영덕현의 사또가 옥계 37경을 구경하고자 이곳을 행차하였는데 마침 엄도령이 옥계 49경을 만드는 곳을 지나다 사또를 태운 가마꾼의 발에 갑자기 쥐가 내려 가마가 기우뚱하면서 엄도령이 마지막 49경을 만들기 위하여 어지럽게 파놓은 구덩이에 처박히게 되어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화가 난 사또는 마지막 파놓은 구멍을 돌과 흙으로 메우도록 엄명하여 마침내 엄도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며 옥녀 또한 아직도 시집을 가지 못한 체 엄도령이 약속을 지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다.


사실은 옥녀의 뛰어난 외모를 탐을 낸 사또가 일부러 이곳을 행차하였는데 옥녀가 이미 혼처를 정하고 낭군에게 입힐 새옷을 만들기 위하여 베를 짜고 있음을 알고는 억지를 부리며 차고 있던 녹슨 칼로 베틀에 걸린 날줄과 씨줄을 모두 잘라버리고는 옥녀를 협박하니 옥녀는 분하고 억울하거니와 엄도령을 볼 면목이 없어 사또를 쫓아내고는 건너편 옥계 깊은 물에 몸을 던졌다 한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이곳의 주민들은 옥녀의 넋이 서린 이 봉우리를 “옥녀봉(玉女峰)이라고 하며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엄도령은 아마 죽어서는 구룡담의 용이 되어 이런 사또가 다시 옥계로 올라오면 그 행차를 방해할 소낙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라 하였다. 뒷날 싱거버 빠진 영덕의 어느 양반이 당시 사또의 이름이 무었인지를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아직도 찾지 못하고 책장만 넘기고 있다 한다.


다음은 옥녀봉(玉女峰)을 읊은 손성을(孫星乙) 선생의 시 한수이다.

 

숨어 사는 이, 너를 보고는 문득 웃음 짓는데 對汝幽人輒解顔

누구를 위해 안개와 구름으로 머릿결을 꾸몄나? 爲誰功餙綠雲鬟

그래도 황대의 꿈은 꾸지 말게나 雖然不作荒臺夢

 

 

 

예전 그대로 뒤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면 되잖은가? 依舊亭亭座後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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