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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큰비 끝에 뜬 무지개 - 首丘之心(수구지심) -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10 10:29 수정 2024.05.10 10:31

김 동 수 칼럼위원

40여 년 고향에서 교육에 몸담아 살아온 향토교사로서 오늘 '首丘之心'이라는 제목으로 몇 줄을 옮기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봄날 2016년 5월 1일, '고향 탐방'이라는 제목으로 영덕중학교 26회(통상기수,1962년 졸업생) 동창생들이 사람씩 한 사람씩 모였다.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이다. 준비를 맡은 여해(如海 김재한)가 모임 장소를 모교인 영덕중학교 운동장으로 했다. 칠부(從心 70세)능선에 올라온 친구들 12명이 54년 만에 모교에서 만났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는지 그 때 그 모습은 어디가고 머리에는 눈이 내리고 얼굴에는 개울이 패여 칠십년을 달려온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 운동장, 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높이 치솟았던 나무들, 교문 앞 과택 아주마 집에는 찐빵 냄새가 흐르고 하늘에 조각구름이 떠 있던 12살배기들의 어린 시절의 교정에서 종심(從心:70)의 친구들이 고향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당시의 졸업생 남학생 110여 명 중, 40여 명이 우리들과 운명을 달리하고 召天(소천) 했다. 

 

그 중 12명이 기다림과 설래임에 몸부림으로 따뜻한 손을 잡았다. 우람했던 교정 나무들은 간 곳이 없고 크게만 보이던 교정 안 울타리들은 마치 촌로들의 나무껍질 같은 손등 같았다. 내가 장성함인가? 마음과 시야가 변했음인가? 오래만에 반가운 친구들은 약 110여명 가운데 12명이 참가했으니 겨우 10% 정도인 것 같다. 

 

좌절과 타협을 반복하며 깊어진 이마의 주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불거진 아랫배, 희끗희끗한 시련의 명예훈장 반백의 머리카락들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때 그 시절 까까머리의 중학교 학생들이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보이지 않은 식견과 규율 속에 소리 한번 지르기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중학교 동창만큼 만만하고 마음 편한 상대는 없을 것이다.    

 

욕 한번 하지 않은 마음 좋은 '헛총', 복로 소주집 아들 여해 '덕보' 한 마실에서 장가 간 '지동이', 꼼꼼하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동기회 회장 '씩식이', 반 쪽 잘린 큰 군화를 신고 다니던 친구 '똥구두', '빨간 얼굴에 머리 하늘로 솟은 불타는 '고구마', 친구의 별명을 부른다. 고향 탐방은 모교와 그리고 고향 영덕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래 동안 모교에서 교편을 잡은 봇도랑(水路김동수)의 안내로 교장실에서 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현재의 학교 현황도 들으며 모교 방문의 따뜻한 환영의 차 한 잔에 그리움과 추억을 꺼내기도 했다. 

 

영덕 교육의 역사를 정리한 봇도랑의 모교 역사 이야기와 우리들의 학창 시절의 교훈, 변화된 건물들을 사진으로 설명을 듣고 교감 선생님의 안내로 학교를 두러 보고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있는 강구 안동 대게식당으로 갔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났다. 함께 했던 몇 친구는 소천을 했다. 이제 傘壽( 산수: 80)의 능선에서 친구와 고향을 그리워 한다

 

'首丘之心(수구지심)'!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고향 언덕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고향이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골집'-'수구지심(首丘之心)'은 남자들의 追憶이고 哀歡이다. 首丘之心, 고향과 모교는 늘 그리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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