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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03 09:49 수정 2024.05.03 09:52

김 청 자 (패션 디자이너 김청자 브띠끄 대표)

봄꽃들이 순서도 다 잊어버리고 미친 듯이 한꺼번에 피어나 난리법석을 하더니 꽃 보다 더  고운 초록 세상이 시작되었다. 연록의 여린 잎새가 어찌나 앙증맞고 그 색깔이 오묘할 정도로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상도 어수선하던 것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새 자리를 찾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스승의 날 등이 포진해서 감사와 행복을 노래하는 달이다. 5월 초하루 근로자의 날을 필두로 5일이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는 언제 보아도, 들어도 정겹기 그지없다. 그 소중한 어린이들이 자꾸 늘어가야 할텐데 점점 줄어든다는 우울한 소식만 뒤따르니 답답한 노릇이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목청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불러도 즐겁기만 했던 그 노래도 엣것이 되었고 그 시절도 옛날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이들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또 태어나서 이 나라를 지켜 줄 것이다. 

 

인사동에 나갔다가 전철을 타러 가는데 세계어린이 운동 발상지라는 커다란 비석이 서 있다. 아아 여기가 거기로구나 ,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 인권운동을 시작하고 열심히 펼쳐나간 터전이다. 천도교 중앙교당이 있는 종로구 삼일대로, 운현궁 건너편이다. 

 

1899년에 태어나서 1931년에 요절하신 소파선생은 일찍이 동화를 쓰시면서 색동회도 만들고 천도교 소년부, 청년부 등에서 어린이 인권운동을 열심히 펼치셨다. 

 

애들을 이놈, 저놈, 이것들, 저것들 하고 억누르며 짓누르던 어른들의 그 시절 폐습을 가슴 아파하며 호칭부터 어린이라 부르면서 어린이 인권운동을 시작하셨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는 게 그 어른의 구호였다. 어린사람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로 어린이라는 호칭을 만드신 것 부터가 얼마나 신선한가?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며 기상을 펴야한다. 과연 우리는 어린이인권을 잘 보호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기량 껏 펼치도록 돕고 있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공부에 찌들려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또 책 보따리를 메고 학원들을 전전하는 어린이들은 없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는 놀면서 자라는 것인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조기교육이다 뭐다 해서 어린이들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우리들 자랄 때는 배고픈 시절이었다 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음껏 놀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우리는 그 어려운 시절을 잘도 견뎌내며 국가 산업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리고개도 있고 먹을 것이 항상 부족했다 하나 그래도 그 시절에는 어린이를 요즘처럼 학대하는 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 어른들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린이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잘 살펴보고 소파선생의 사랑 담긴 정신을 이어서 어린이 보호에 전념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념비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소파선생님께 가슴으로 절을 올린다. 

 

영덕 내 고향 어린이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복사꽃 활짝 핀 과수원길을 달린다. 분홍색 꽃차일이 하늘을 덮으면 아이들의 볼이 그림처럼 화사하다. 복숭아가 금숭아가 될 여름을 생각한다. 저 아이들도 그 복숭아 속살처럼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오늘도 무럭무럭 자란다. 영덕의 복숭아도 금숭아로 크고 내 고향 아이들도 해맑게 자라는 소리가 쑥쑥 들리는 것 같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놀이동산 같은 곳에나 가느라 막히는 길에서 고생하는 도시 아이들 보다 마음껏 푸른 들판을 달린 수 있는 내고향 영덕 어린이들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공연히 미안해진다. 

 

뛰어라 대한의 어린이들아, 놀아라 마음껏 우리의 어린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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