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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7경(景)-향로봉(香爐峯)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03 09:41 수정 2024.05.03 09:44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8)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향로봉(香爐峯)은 침수정(枕漱亭) 앞에 있는 촛대암(燭臺巖)의 뒤쪽에 솟아 있다. 침수정 바로 우측에서 흘러내리는 시내 건너편에 석벽(石壁)이 침수정(枕漱亭) 전면으로 다가오며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다." 하여 병풍암(屛風巖)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병풍암 끝부분에 우뚝 솟아 있다. 

 

아침 햇살이 비칠 무렵 향로처럼 생긴 작은 산봉우리 위로 퍼지는 안개가 마치 옥계(玉溪)의 신선들을 초빙하고 맞이하기 위하여 향(香)을 피우는 연기같이 피어오르는데 이 작은 봉우리가 "향로(香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여 이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대개 향(香)을 피우는 그릇으로 쓰이는 향로는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신(神)을 맞이하거나 제사를 지낼 때 쓰이는 중요한 제기(祭器)이다. 

 

특히 유교(儒敎)적 전통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신(神)이나 조상을  모심에 있어서 향을 태우는 절차 없이 제사를 지내거나 의식을 거행하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의식이 시작되는 처음에는 항상 향을 태우는 분향의식(焚香儀式)을 치른다. 따라서 향로(香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예기(禮器)로 제사나 의식(儀式)에 있어서 예전부터 귀하게 여겨져 온 제기(祭器)이다. 

 

 신령이나 조상을 모시는 제례의식(祭禮儀式)은 일반 행사의식보다 중요하고 엄숙하게 행하여진다. 이중에도 조상과 신을 모시는 분향(焚香)의식은 매우 신성(神聖)하고 중요하다. 먼저 향을 피워 마음을 깨끗이 한 후 조상과 신령들과 교감을 하며 이분들을 받들어 모시는 것은 무엇보다 엄숙한 일이다. 이런 의식에 있어 조상과 신령들을 초빙함에 반드시 있어야 할 향로(香爐)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중요하다 하겠다.   

바로 옥계(玉溪)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향로(香爐), 즉 향로봉(香爐峯)이 침수정((枕漱亭)앞 촛대암(燭臺巖) 뒤편에 우뚝 솟아 있다. 정말 옥계(玉溪)는 아무렇게나 함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눈 내리는 겨울 어느 날 아침, 바람에 떨며 우는 창을 열고는 따뜻하게 익은 삿자리에서 침수정 건너 향로봉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옅은 안개가 슬며시 피어오르고, 내리는 눈이 점점이 흩날리는 정경(情景)을 보고 침류재(枕流齋) 손성을(孫星乙) 선생께서 다음과 같이 한 수의 시를 읊었다. 

 

박산(博山)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과 같은 전설상의 산을 의미하였지만 실제로는 존재하는 산으로 한나라 때에는 여기서 나는 돌로 만든 박산향로(博山香爐)가 유명하였는데 지금의 중국 산동성 광풍현에 박산(博山)이란 마을이다. 이 마을에도 향로봉(香爐峯)이란 봉우리가 있는데 대개 "박산봉(博山峯)이라 부른다."한다. 


창을 열고 앉아 마주보는 박산(博山) 봉우리 / 開窓坐對博山峯

붉은 안개와 아침햇살, 상서(祥瑞)로이 만나는 곳 / 煙紫暾紅瑞氣逢

점점이 내리는 눈의 녹음은 어떠한 뜻을 갖는지…  / 點雪消融那意味  

부족한 재주로 어찌 저렇게 좋은 모습을 얻었을까? / 工疎安得善形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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