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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영덕복합문화전시관에서 경제 해법을 찾자.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4.26 09:48 수정 2024.04.26 09:50

작금의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회복될 기미는 없고 장기불황 늪에서 삶은 더욱 팍팍하다. 이러한 와중에 기적 같은 문화의 힘을 확인하는 흥미로운 소식이 알려졌다. 문화콘텐츠 개발전략 모범사례로 인구 70명이 살아가는 외로운 섬에 들어선 미술관 이야기다.

 

전남 신안군 자은면 둔장마을은 작은 어촌이다. 둔장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서 둔장마을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켜 둔장마을의 내력 즉,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삶의 얘기를 담은 문화공간으로 전용했다. 개장한 지 고작 3년인데 전국적인 호응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를 자은도에서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섬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외지고 궁벽한 땅에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도서벽지에 대도시에서도 보기 드문 음악회, 미술전시, 세미나 등...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후미진 지역부터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문화예술로 이를 극복하자는 지역이 이곳이다. 벌써 식당이 2곳이나 생기고 베이커리 카페도 개점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환영일색이다. 노인이 대부분이고 외지인도 찾는 일이 드물었던 적막한 섬마을에 작은 미술관이 생기고부터는 마을에 생기가 돌고 직접 생산한 우수 농산물까지 관광객에 파는 기회가 생겨 놀랍다고 한다.

 

문화관계자들은 조용한 섬마을의 놀라운 변화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한 번이라도 방문하여 체험했던 관광객들은 개방화된 온라인 플랫폼에 자발적인 리뷰로 자신의 흔적으로 기록한다. 굳이 홍보에 애쓰지 않아도 대대적인 선전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는 이문열 문학관이 준공하고도 개관을 못하고 있다. 25억 들인 문학관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된 이후 계속 방치되면서 2025년 가을쯤에나 개관 예정이라고 한다. 가까운 지역 청송군 진보면 경동로에는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이 있다. 공통점은 특정인의 이름으로 건립된 뮤지움이라는 점이다. 이문열 문학관과 야송 미술관의 거리는 불과 10km 이내이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개인을 위한 기념관 성격의 문화관 건립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선례가 있다.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인을 모으고 그 지역 문화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복합문화전시관'만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둔장마을미술관이 그렇다. 지역민의 여러 생각을 융합하여 어떻게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까를 고민한 끝에 먼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였다고 한다. 지역의 역사, 생생한 마을 얘기, 주민의 고민, 꿈들을 작품으로 엮어내어 세상에 선보이자 절대적 공감이 확산되어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어 현재도 성공사례로 진행형이다.

 

본지에서도 몇 회에 걸쳐 같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방치된 공간, 용도를 찾지 못한 시설, 문 닫은 폐교를 적극 활용하여 문화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면 예산절감 효과도 있다. 아울러, 현실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많은 귀농인이 우리지역을 고향으로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귀농인 팜그로브 대표가 조성하려는 일련의 사업들이 힐링명소, 문화예술명소로 뿌리내릴 수 있을 때 지역민에게는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생한 향토전승문화, 문화인을 발굴하고 '복합문화전시관'에 이들의 업적을 보존하여 누구에게나 문화접근의 기회가 보장되는 문화 정책이 제도적으로 수립될 것을 제안한다. 학술계. 미술계. 문학계. 경제계. 정치계. 법조계, 체육계에서 한국을 대표하여 활약하는 지역 출신 문화인들과 상시 유대를 가지면서 영덕을 '전략적 문화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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