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선비들은 산과 계곡을 찾아다니며 타고난 몸과 마음을 수양하여 본디부터 주어진 천성(天性)을 보존하고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높은 대(臺)가 있는 산수(山水)를 즐겨 찾아다녔는데 특히 부벽대(俯碧臺)와 같은 이런 곳을 찾아 올라서는 가슴을 틔우고 산수(山水)의 맑은 기(氣)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가지려고 하였다.
따라서 옥계(玉溪) 인근의 선비들은 가끔 이렇게 높이 솟은 부벽대(俯碧臺)에 올라 푸른 물이 자기에게로 몰아쳐 흐르는 광경을 내려다보며 가슴속으로 벅차오르는 희열(喜悅)을 이렇게 노래하기도 하였다.
백척의 높은 대에 올라 푸른 물을 굽어 보고자/ 百尺高臺俯碧水
서로 도우며 힘들게 붙잡고 올라서 보니/ 强扶襄疾故登臨
당년에 소무(蘇武)가 사신으로 가 거닐 던 곳인데/ 當年漢節逍遙處
꽃은 향기가 남아 있고 나무 역시 그늘은 주고 있네./ 花有餘香樹有陰
이렇게 이 시를 통하여 늘어진 석벽(石壁)의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부벽대의 모습을 "한나라를 위해 흉노(匈奴)에 사신으로 갔던 소무(蘇武)가 그곳 높은 대(臺)에 거닐며 한나라의 사신임을 나타내는 한절(漢節)을 어루만지며 절개(節槪)를 지킨 것과 같다."라 하고 있으니 이곳 부벽대(俯碧臺)에 오른 선비나 우리들도 소무(蘇武)와 같은 절개를 가져야 함을 은근히 말하고 있다. 소무(蘇武)는 중국 한(漢)나라 때 흉노에 사신으로 간 사람이다. 그곳에서 19년이나 잡혀 있으면서 배신과 항복을 하지 않고 절개를 지켜 마침내 한(漢)나라로 돌아왔으므로 곧은 충성심이 만고에 빛나며 이 대(臺)처럼 우뚝 솟았기에 이를 비유하여 읊었던 것이다.
따라서 소무(蘇武)를 닮고자 하는 선비들은 이 부벽대(俯碧臺)에 올라 자기 스스로가 자기의 마음을 배반하지 않으려는 각오를 다지고 흩트려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수양을 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다음은 손성을(孫星乙)선생이 부벽대(俯碧臺)에 올라 읊은 한 수의 시이다.
돌바닥에 맑은 물이 흐르고 물밑에는 하늘이 가라앉았는데/ 石底淸流水底天
우러러 보아도 푸른 하늘이고 내려다보아도 역시 푸른 하늘인데/ 仰而空碧俯猶然
즐거이 놀고 있는 물고기들의 심성(心性)은 어떠한지… / 箇中魚樂何心性
깊다고는 하지말게 백척(百尺)의 못일 뿐이라네. / 不以爲深百尺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