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의 편지가 고아낸 목련나무 그늘에는
지울 수 없는 목소리가 있다
어제 내가 만진 봄과 오늘 나를 만진,
봄 소풍을 불사르듯
아주 긴 주소를 켜 든 꽃 사태 깊은 고백을
꼬옥 껴안은 베르테르 편지의 목소리
사월四月이 그러쥐고 있는 한 줌 바람결에
마음 한 움큼씩 날리던 당신을 입은 목소리
나도 이제사
그 하얀 소리 그늘을 입어 본다
목련나무 아래 오래 서서
목련나무 아래 오래 서 있는 그늘에서
마른 손금으로 꿰어 놓은 내 그늘도 오래오래
긴 주소를 켜 든 맑은 걸음
한 발짝은 남길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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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문학「황진이상」 수상. 경북문협 작품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회원. 영덕문인협회 회장 역임
현 「고향신문」 사설·칼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