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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아침을 여는 초대시】 목련나무 그늘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3.04.22 14:03 수정 2023.04.22 14:05

이 영 숙


베르테르의 편지가 고아낸 목련나무 그늘에는

지울 수 없는 목소리가 있다

 

어제 내가 만진 봄과 오늘 나를 만진,

봄 소풍을 불사르듯

아주 긴 주소를 켜 든 꽃 사태 깊은 고백을

꼬옥 껴안은 베르테르 편지의 목소리

 

사월四月이 그러쥐고 있는 한 줌 바람결에

마음 한 움큼씩 날리던 당신을 입은 목소리

나도 이제사

그 하얀 소리 그늘을 입어 본다

 

목련나무 아래 오래 서서

목련나무 아래 오래 서 있는 그늘에서

마른 손금으로 꿰어 놓은 내 그늘도 오래오래

 

긴 주소를 켜 든 맑은 걸음

한 발짝은 남길 그늘.

 

 

격월지 「신문예」,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

탐미문학「황진이상」 수상. 경북문협 작품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회원. 영덕문인협회 회장 역임

             현 「고향신문」 사설·칼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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