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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K 웹툰`으로 일본만화를 극복하기까지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8.14 08:31 수정 2025.08.14 08:34

김 병 수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

전 세계적인 만화 강국하면 5개 나라(혹은 지역)가 거론된다. 일본, 미국, 유럽(프랑스, 독일 등), 한국, 중국이다. 일본의 만화시장은 거의 7조원에 육박하는 절대 강자이다. 할리우드와 결합한 미국은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어벤져스 같은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원작을 만화가 제공하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유럽은 만화의 발상지이고, 중국은 만화 신흥 강국으로 게임, 영상 산업과 결합한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갈아타며 뒤늦게 세계 만화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래지향적인 산업인 디지털만화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화 최고 강국인 일본에서의 실적은 일본인들도 놀라워하는 지경이다. 4년 전 2021년 10월 29일자 산케이신문에는 "한국 만화 일(日)서 독자 늘려… 일(日)만화 도태되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려 한일 만화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웹툰은 흑백 만화가 중심인 일본과 달리 올 컬러이고, 스마트폰 사용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는 세로 스크롤 방식이 특징이며, 한국식 세로 스크롤 웹툰방식이 세계 표준이 된다"며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인 라인망가,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만화앱인 픽코마는 일본의 웹툰 시장을 놓고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이다. 세계 만화 초일류국가에서 웹툰 시장을 놓고 한국 기업끼리 자웅을 겨루고 있는 것이다.
 

한국만화는 한국 전쟁 직후, '밀림의 왕자'를 해적판으로 들여온 이후 줄곧 일본만화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었다.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는 일본만화를 베껴 그리는 암흑기였다. 조악한 기술력으로 인해 일본만화책을 그대로 인쇄할 수 없어 작가들이 일일이 카피를 뜬 것이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상당수의 한국만화 1세대 작가들은 이러한 경로로 일본만화 작화 수업 아닌 수업을 했다.
 

80년대 이후 인쇄술이 좋아지면서는 일본만화책을 번역만하여 그대로 찍어내는 해적판이 범람했고, 공식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출판하던 1990년대 이후에는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같은 만화들이 한국 출판만화 시장을 소위 '먹여 살렸다'.
 

필자가 만화계에 입문하던 1990년대 중반에 한국만화가 일본만화를 꺾는다는 것은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시대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만화시장은 일본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한국만화는 글, 그림, 출판, 편집 시스템까지 일본의 것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기 급급했다. 만화출판사 임직원들은 일본의 유력 만화출판사를 발이 닳도록 찾아가 흥행작 하나 받아오는 것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랬던 한국만화가 웹툰으로 새롭게 도약하며 2016년 한일 만화무역에서 처음으로 역조 현상을 일으키더니 오늘날에는 일본 시장에서 연간 수 천 억 원대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키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제작비를 대주어 작품을 만들게 했다. 수많은 한국 웹툰들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하청을 주어 영상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예의 산케이 신문의 한탄이 단순한 엄살이 아닌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본사가 미국에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픽코마는 게임을 제외한 앱 순위에서 10~20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같은 앱과의 경쟁이다). 전 세계 만화앱으로는 압도적인 1위이다.
 

제목을 K웹툰이라고 달았지만 K웹툰은 K팝, K드라마, K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웹툰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아카데미상, 빌보드차트,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인 것이다. 일본의 만화작가들이 한국식 디지털만화 창작 기법을 배우러 온다. 일본만화를 극복하고 일본의 디지털 만화시장을 호령하는 시대에 만화인, 웹툰 작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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