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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희 기자/ |
'황금은어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었다. 지난 대형 산불로 전 재산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군민들에게 이 축제는 치유와 회복의 무대였다. 축제장을 찾은 노부부는 공연장 앞에서 음악에 맞춰 연신 춤을 추며 웃음을 지었다. 축제가 선사한 짧은 기쁨은 지난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쉼표였다.
영덕군은 지난봄, 유례없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주택과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긴 시간 슬픔과 불안 속에 살아왔다. 그러나 황금은어축제 추진위원회는 그 와중에도 군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축제를 강행했다. 산불대책위원회의 반대와 내부 갈등 속에서도 축제는 계획대로 진행됐고, 결과적으로는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축제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산불대책위원회는 축제 개최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반대 이유가 단순한 시기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피해 복구와 군민 대표성을 목적으로 구성된 대책위가 어느 순간 권력화되며 일부 인사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기보다는 소수 특정인의 입장을 옹호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불만도 커졌다.
산불 피해자들의 보상을 요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요구가 정당성을 잃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거나 권력 행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 보다, 제도 안에서 피해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조율과 설득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민들의 민심은 여전히 아프다. 전소된 집터와 잃어버린 삶의 기억들, 복구되지 않은 생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은 웃으려 애쓰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 그런 그들에게 이번 은어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희망이었다.
축제 추진위 박재열 위원장은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군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더 많았다"며 "축제가 사람들을 다시 모이게 만들었고, 그 속에서 작은 위로와 용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덕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공동체는 살아있다. 특정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진정으로 다수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번 은어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우리 모두가 피해자'였던 산불의 현실을 다시 환기시키고 그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사람들의 용기와 품격을 보여준 자리였다. 그 춤추던 노부부의 말처럼, 때론 이렇게 숨을 쉬는 날이 있어야 또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