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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자녀가 엄마에게 다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날 미워하나봐." 이 말을 전해들은 아빠는 깜짝 놀랐다. 그저 아들이 나쁜 습관을 가질까봐 걱정스러워서 한 말일 뿐인데, 아이가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훈계에 대한 아이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아이는 '좋은 습관을 가져라'는 부모의 진심과는 달리, 부모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미워하기 때문에 혼낸다는 식의 판단을 한다. 만일 아빠가 혼을 낸 뒤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 주었다면 아이는 이렇게까지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렇듯 훈계는 오로지 아이가 했던 행동에 대한 것일 뿐 아이 자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때로 위험하고 부적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을 멈추게 하고, 이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가르치기 위해 훈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 자상하게 이야기해 주고, 자녀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에 대해 공감해 주거나 때로 단호하게 경고하는 등 온화한 훈육기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온화한 훈육만으로는 불충분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도로로 뛰어들 때 부모는 당장 아이를 붙잡아야 하고,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단단히 훈육해야 한다. 때로는 악의가 없으면서도 아이가 누군가를 때리거나 뭔가를 집어던지는 등 다소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때도 역시 아이가 훈계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단호하고 따끔한 언어적 충고와 함께 즉각적으로 훈육해야 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경계선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 간에 강한 신뢰관계가 맺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벌을 주고, 그 순간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멈춘다면 벌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부모가 강하게 화를 내거나 벌을 주면 그 기운에 놀라서 당장은 그 행동을 하지 않겠지만, 마음으로 그 행동의 잘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는 저지하는 훈계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야만 일시적으로나마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의 일방적인 훈계만으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훈육의 효과는 부모가 아이의 부적합한 행동을 금지하는 행위, 예를 들어 어떤 벌을 주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맺은 신뢰관계에 따라 좌우된다. 아이가 평소 자신이 신뢰하고 애착을 가진 사람에게 훈계를 받았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간혹 어린 아이들은 단지 엄마나 다른 어른들의 말에 반발하는 등 그릇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의 일차적인 동기는 오히려 자신이 신뢰하는 어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소망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만일 아이를 훈육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말이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먼저 자녀로부터 존경을 일으킬 만한 관계를 형성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자녀와의 신뢰관계를 재검토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부적절하며, 훈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가 밖에서 친구들에게 침을 뱉는다면 이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제재해야 한다. 이러한 부적응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규칙을 깨닫도록 해야만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침을 뱉고 싶다'는 아이의 생각까지는 막을 수 없다. 즉 규칙은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관계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방해가 되는 행동,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행동은 부모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마땅히 훈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