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짐이라 생각하다 보니 가족을 만들지 않으려는 사람 수가 늘어나는 것같다. 힘 보다 짐을 먼저 생각하고, 누구를 위하여 신경 쓸 필요 없다 단정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다들 도시로 나가 살고, 어쩌다 부모님 곁에서 살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 중에 부모님의 노환은 형제간에 잦은 의견 충돌로 금이 생겼다는 고백을 들으니 그 이웃 이야기가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세상이 만든 보편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누구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는데, 그 대상이 가족이니 의무와 책임 때문에 무겁다고 짐이라 말하는 것일게다.
오 남매 중 혼자만 부모 가까이 사는 어느 이웃의 이야기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사남매 자식은 눈에 안 보이니 마음 쓰지 않아도 누가 궁금해 하지도 않고. 가족이니 가끔 전화 안부만 물어도 효도로 생각하지만, 가까이 사는 자식은 매일 들여다봐야 하니, 바쁘고 기분이 무거운 날에는 형제들에게 나만 자식이냐고 아우성을 지르기도 한단다. 왜 나만 자식이냐고, 너희는 자식아니냐고 하면, 그럼 너도 멀리 나가 살든지 하라고 염장을 지르는 형제도 있단다. 그러다니 형제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부모는 오래 살아서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한다니 ... 어쩌다가 가족이라는 이 따뜻한 단어가 두 가지 얼굴을 하게 되었는지 ..참 슬프다.
이런 사례가 비단 그 집만의 이야기겠는가?. 사람 사는 곳곳마다 힘 없는 부모는 결국 가족에게 짐이 되는 사례는 많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돌봄 효도는 오래전부터 요양사들이 하고 있음은 상식화가 되었다.
가족을 짐으로 생각하고 너무 무거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이 되는 게 더 많다. 어떤 일에서 세상 사람들 다 외면하는 일도 가족이 되면 안아주고 용서하고 편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다. 가족이 힘들까봐 어떤 종갓집 부모는 제사도 자기 대에서 마무리했다는 것을 들었다. 요새 부모들 입소문으로 많이들 신청하는 연명치료거부등록제도 다를 자식에게 짐이 안되려고 등록한단다. 나도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장기기증과 연명치료거부의사를 등록해놨다. 누가 짐을 자식 등에 얹히려 하겠는가.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찾아올지도 모르는 악화된 건강이 힘을 짐으로 바꿔놓으면 그때는 대책이 없어지니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자식에게 짐 안되게 자는 잠에 죽어야 하는데...라고 한단다. 죽음의 복도 타고나야 한다며. 자식에게 평생 도움 주던 부모도 힘이 없어지면 짐이 된다고. 건강이 나빠지면 자기 결정권도 없어지고, 관계가 가족인 자식이 돌봄 책임으로 넘어가게 되고, 멀리 살고 직장 다니는 자식은 돌봄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르쇠할 수도 없으니 짐에 붙잡혀 울며 살아가게 된다고.
4대를 이루는 우리 가족이 모임을 며칠 전에 했었다. 나의 아버지는 87세이고. 나의 외손자는 2세이다. 울 아버지 살아생전에 얼굴 한번 보자고 다 모이게 했던 자리에서 위 아래와 형제간 아래로 다모여 가족별 소개를 받으며 아버지는 흐뭇해 하셨었다. 아버지는 슬하에 1남 2녀의 삼남매를 두셔서 나를 기준하면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다.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 나의 외손주가 가장 어린 아기 두 살로..87세에서 2세까지 21명이 한자리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두 살 아기가 왕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재롱을 부리는 순간부터 행복한 웃음이 시작 되었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정원에는 꽃만 피는 것이 아니다. 힘만 방출하는 창고가 아니다. 그 안에는 웃음과 눈물과 견딤과 배려와 사랑이 숙성되어 힘이라는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서로에게.
가족을 혹 짐이라 생각한다면,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라.
너가 있어 내가 있다는 것을. 가족은.. 짐이 아닌 힘이라는 것을.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