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영덕군발전연구회 총무이사)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사람의 직접 만남이 제한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이는 도시나 시골이나 동일하다. 이에 따라 서울이나 고향에서 개최되던 각종 향우회, 동창회의 모임이 직격탄을 맞았다. 필자가 수석부회장으로 있는 영해중고총동창회도 1년 이상 모임을 못하고 있다. 그동안 맺었던 인관관계가 다 허물어질까 걱정이다. 이에 반하여 점심과 저녁모임, 휴일의 모임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지내는 시간이 무척 많아졌다.
필자는 해상법 교수이지만 선장출신이라서 좁게 말하면 해운분야에 속해있다. 해운은 조선, 물류, 금융, 수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렇지만 각각은 따로 따로 제 갈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부산, 통영, 서울, 여수 등에 전문가들이 있어서 같이 모이지도 못하여 지역적으로도 분리되어 있었다. 한편, 줌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이미 1년 이상 진행한 필자는 그 장점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 건 망에 들어와 수업이 가능한 점이 큰 장점이다. 필자는 (i) 코로나-19가 가져온 남는 시간을 이 분야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 (ii) 해운, 조선, 물류, 선박금융과 수산 분야 사람들이 통합되고 연결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 (iii) 줌이라는 온라인을 활용하면 지역적 분야별 거리감을 극복하고 쉽게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필자는 현재 “바다, 저자전문가의 대화”를 기획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150여명의 관련자들이 모여서 공부한다. 작년 10월에 단행본을 펴낸 분들 20분을 모시고 “바다, 저자와의 대화”를 마련했다. 강의 시간은 토요일 저녁에 하기로 했다. 모두 쉽게 모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했다. 입소문을 듣고 부산, 여수, 영덕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본, 홍콩에서도 관련전문가들이 온라인에 모여들었다. 2개월 반에 걸쳐서 동 강의를 마쳤고, 반응이 좋아서 20분이 자신이 발간한 책의 내용을 10페이지 내외로 압축하여 책자로 엮어 내기로 했다. 현재 출간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의내용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올려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더 하자고 했다. 남는 시간에 전문지식도 얻고 공부하는 기쁨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는 “바다, 전문가와의 대화”를 기획했다. 역시 20명의 우리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접촉하여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모두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1월부터 강의가 시작되었다. 현재 4회를 마쳤는데, 입소문을 타고 160명이 매주 토요일 강의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한국해양대학교 학생, 항만공사 직원 등 다양한 이 분야 전공자들이다. 해운, 조선, 선박금융의 원로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이를 책자로 남긴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후배들은 전문지식을 얻으려는 목적에 열정적으로 모임에 참여한다. 조선일보에서는 1월 30일(토) 코로나-19 시대에 대표적인 여가활용 모임이라고 칭찬하는 기사를 내주었다.
필자는 이러한 온라인 모임을 고향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연말연시에 각종 모임이 취소되었다. 취소하지 말고 줌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가능했었다. 아주 간단하다. 스마트 폰으로도 충분히 온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이제 학생들이나 직장인은 모두 온라인 모임에 익숙해져있다. 우리 고향의 주민들도 하루속히 온라인 화상회의에 익숙해져야한다. 줌이라는 앱을 주민들에게 깔아주는 작업을 군청이나 청년회에서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
이를 통하여 출타한 자식과 고향의 부모님과 화상대화가 이루어진다. 전화로 하던 안부인사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경우 줌을 이용한 온라인 회의는 큰 이점을 안겨준다. 서울, 대구, 영덕에서 동시에 100명, 200명이 모인 동창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에 모여서 얼굴을 보고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가히 혁명적인 수단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
“영덕·청송·영양인을 위한 인문학강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아주 간단하다. 필자가 줌으로 온라인을 개설하여 줌 주소를 받는다. 이를 여기 저기 희망자에게 카톡으로 보내면 이들이 망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강의하실 분을 약 8명을 초대하고 한번에 2강좌씩을 하면 4회 1개월의 행사가 된다. 고향출신의 강사를 모시면 더욱 좋다. 강사가 재능기부를 하면 비용은 전혀 들지 않으므로 모두 무료로 가능하다. 군발전연구회, 향우회, 동창회 등의 이름으로 공동개최하면 더 좋다. 몇 사람이 발품을 팔면 수백 명의 출향인과 고향사람들이 행복해진다. 지식도 쌓고 무료함도 달래며 기쁨을 얻고 또 고향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게 되니 일석삼조 (一石三鳥)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