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백로에서 추석까지는 온누리의 산물들이 무르익어 결실을 보는 시기다. 그간 땀 흘린 노고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넉넉함이 아니라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이즘 각 지방의 토산물 중에는 예나 지금이나 송이버섯이 단연 으뜸으로 취급된다. 숲이 품에 감추며 키워낸 보석과도 같은 임산물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의 성덕왕께 송이버섯을 진상했다는 내용이 있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가리셨던 조선 최장수 국왕 영조께서도 송이버섯을 4대 별미 중 하나로 꼽아 지극히 아끼셨으며, 중국 사신에게 올리는 선물 중에서도 송이버섯은 으뜸으로 여겼다.
이 중에서도 흥미로운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을 보면 영덕군이 배출한 大성리학자 목은 이색 선생께서 "옛 선인들은 신선이 되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다녔는데 신선이 되는 길은 송이버섯을 먹는 것"이라며 극찬했다고 전해진다. 목은 선생이 이같이 송이버섯을 칭송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상북도 지역이 전국 송이 생산량의 70~90%를 차지할 정도로 귀한 송이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탓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영덕군은 현재까지 산림조합중앙회가 집계한 생산량 통계치에서 12년 연속 압도적인 전국 1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
송이는 마치 피톤치드 폭탄을 맞은 것 같은 강렬한 솔향으로 버섯 중에서 독보적인 맛과 향을 자랑한다. 특히 깊은 소나무 숲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영덕송이는 유백색 몸체에 수분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 향이 뛰어나다. 비타민B,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돼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 뛰어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영덕현의 송이가 품질이 뛰어나 공물로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국구 특산물로 이름 높은 영덕대게와 비교해 아직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에 영덕군은 2017년도부터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자연산 송이를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영덕 명품송이 한마당' 축제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영덕군민운동장 주차장과 영해휴게소 일대에서 각각 펼쳐질 예정이다.
영덕군은 이번 한마당 축제는 이벤트성 행사를 과감히 없애고 판매 위주의 실속 행사로 전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해 0.5kg 이하의 소규모 패키지를 구성하고 소량의 판매 전략으로 가계의 부담을 줄여 천하일미에 대한 대중성과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등급별로 띠지를 부착해 브랜드 가치를 공인하고, 해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송이 시식장을 주말마다 열어 관광객들이 영덕송이만의 향과 질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송이닭백숙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9월 말경에는 서울시청광장과 롯대백화점 본점에서 영덕 송이버섯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와 판촉 행사를 전개하고, 제철을 맞아 각종 미디어의 노출도를 높이는 등 영덕 송이버섯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영덕군이 송이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간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웰니스 기반 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는 영덕군은 지역의 81%에 해당하는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숲 가꾸기 사업과 송이산 가꾸기 사업에도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로봇과 AI 산업이 부상하는 2020년대에도 먹방과 맛집을 위시한 먹고사는 문제의 가치는 여전히 막강하다. 천혜의 바다가 낳은 영덕대게가 영덕군을 관광명소의 반열에 올려놓았듯이 울창한 소나무 숲을 품은 영덕송이는 지금 또 다른 지역의 얼굴로 떠올라 지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부상할 수 있도록 영덕군의 정책적 입안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