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은영이는 유치원 식사시간에 항상 혼자 식당에 남아 밥을 먹는다. 아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은 채 씹지도 않고 버틴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나마 한두 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그것만 골라 먹고는 밥이나 다른 반찬은 먹지 않는다. 혼자 식당에 남아있는 것도 안쓰럽고 잘 먹지도 못하는데 자꾸 먹으라고 하는 것 같아 은영이 어머니는 선생님께 안 먹으려고 하면 먹이지 말라고 부탁했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너무 잘 먹어서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도 많고 반대로 너무 먹지 않고 편식이 심해서 키우는 사람의 애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의 올바른 식사습관은 언제부터 어떻게 길러 주어야 할까?
생후 6~8개월이 되면 모유나 분유에서 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영양소를 필요로 하게 되므로 생후 4~5개월부터 서서히 이유식을 시작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새로운 음식들을 맛보게 하면서 아이가 서서히 이유식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유아는 음식을 잘게 자르거나 으깨주기만 하면 다른 가족들이 먹는 모든 음식을 먹고 소화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아이는 숟가락과 유아용 컵을 사용해서 혼자 먹을 수 있게 된다. 유아는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하므로 아이가 어떤 때는 잘 먹고 어떤 때는 잘 안 먹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게 음식 양을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좋으므로 새로운 음식을 권하고 다양하게 조리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때때로 음식을 거부할 수도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면 불안해하면서 억지로 먹이려고 한다. 음식을 계속해서 거부하면 아이에게 어떻게든 음식을 섭취하게 하려고 아이가 거부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과자나 다른 간식을 주기 시작한다. 이런 경험을 계속 하게 되면 아이는 식사시간이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숟가락이 다가오면 입을 꽉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심지어는 좋아하던 음식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다가 점점 식사시간에 과자나 케이크를 달라고 떼를 쓴다. 이렇게 되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음식을 사이에 둔 실랑이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엄마나 조부모들은 아이가 조금만 먹지 않아도 밥그릇을 들고 따라 다니면서 한 숟갈이라도 먹여 보려고 애쓰는데, 아이가 에너지가 떨어져서 힘들어하거나 특별히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아이가 필요한 만큼은 먹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조금은 느긋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잘 먹지 않으려고 하면 하루에 한 끼라도 균형 잡힌 식사를 준비해서 먹이고, 영양가 없이 설탕이나 지방으로만 이루어진 간식으로 아이의 배를 채우지 않도록 도와준다면 아이가 식사시간에 음식을 남기더라도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만 3세 이전까지 아이들의 올바른 식사습관을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기억해 두자. 아이가 어느 정도 조절능력을 가지고 숟가락과 컵을 다룰 수 있으면 아이가 혼자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식사가 오래 걸리고 지저분해지더라도 스스로 식사하는 것을 격려해 주고, 혼자 식사할 수 있도록 작은 샌드위치나 조각낸 생선, 막대모양 과일이나 야채 등 손가락으로 집어먹기 편한 음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간개념이 없는 유아에게 느닷없이 식사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미리 아이에게 알려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것도 좋다.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가 한 그릇을 더 먹으면 칭찬하는데 자칫 두 그릇 먹는 것을 착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성인의 앞 접시 정도 크기의 그릇에 적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