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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12경 탁영담(濯纓潭)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6.07 10:05 수정 2024.06.07 10:08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13)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탁영담(濯纓潭)은 침수정 오른쪽에 아래에 있다. 말 여물통같이 생긴 못이다. 조연(槽淵)에 바로 붙어 있다. 탁영담(濯纓潭)의 탁영(濯纓)은 "갓끈을 씻는다."다는 것으로 이는 곧 "내가 싫으면 벼슬을 그만둔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에도 전해오는 오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이자 지사(志士)였던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詞)의 창랑가(滄浪歌)에서 처음 보인다. 

 

다음은 이 이야기가 들어있는 창랑가(滄浪歌)의 일부분이다. 


창랑(滄浪)의 맑은 물이여  (滄浪之水淸兮)

내 갓끈을 씻을 만하네!    (可以濯吾纓) 

창랑(滄浪)의 물로 씻음이여  (滄浪之水濯兮) 

내 발을 씻을 수 있음이네!  (可以濯吾足)"

  

세상이 맑아 도리가 행해진다면 갓끈을 씻고 몸가짐을 가지런히 한 후 벼슬을 하겠지만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발이나 씻으며 초야(草野)에 묻혀 은둔의 삶을 살 것을 굴원(屈原)은 외친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맑으면 갓끈을 씻고 더러우면 발을 씻도록 하는 것, 그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물, 그 자체이다. 물이 스스로 맑으면 맑은 물만 모일 것이고 물 자체가 더러우면 지저분 한 물만 흘러들어 올 것이다.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 것 그것 자체는 물에 달린 것이다. 우리 사람도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다. 그러니 스스로가 맑은 물이 되도록 힘써야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서경(書經)」의 한 구절도 의미가 있다. 한낱 어부는 세상만사를 시세(時勢)에 맞게 살아가는데 그 유명한 굴원(屈原)은 이런 처세(處世)에 서툴러 귀양을 가게 되었다. 참으로 시세(時勢)에 맞게 처신을 하기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이런 교훈이 있는 탁영담(濯纓潭)이 옥계(玉溪) 37경(景)의 하나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아무튼 옥계(玉溪)는 우리에게 "시세(時勢)에 맞추어 처신을 잘하라."는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옥계 도처에 굴원(屈原)이 읊은 시의 소재가 또 있다. 

 

다음은 탁영담(濯纓潭)을 읊은 침류재(枕流齋) 손성을(孫星乙)선생의 시 한 수이다.

 

창랑(滄浪)의 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이루어진 못     滄浪之水滴爲潭

바닥까지 맑아 지극한 이치를 품은데          澈低瀅然至理涵

어린아이도 옛 노래의 뜻을 알고 있으니                孺子古歌能解意

사내가 이제서야 갓끈 떨친 이야기할 수 있네.         男兒始可振冠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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