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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제4경(景) 천연대(天淵臺)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4.12 09:37 수정 2024.04.12 09:40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5)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천연대(天淵臺)는 구룡담(九龍潭)부근에 있다. 바로 구룡담(九龍潭)의 서북쪽에 있는 편편한 바위이다. 천연대(天淵臺)의 천연(天淵)은 시경(詩經)의 "솔개는 하늘 높이 나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뛰어노네.(鳶飛戾天 魚躍于淵)"에서 따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마 예전 옥계를 만든 조물주는 넓은 마당바위를 하나 만들고는 그 위로는 솔개가 날고 그 아래로는 옥같은 맑은 물이 흘러 구룡담(九龍潭)을 만들고 이 구룡담에 아홉 마리의 용이 자맥질을 하며 용트림을 하도록 하고 겁 없는 버들치와 미꾸라지가 개헤엄을 치며 놀도록 하여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과 오묘함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며 이름도 천연스럽게 천연대(天淵臺)라고 지었을 것이다. 

 

지금도 옥계의 천연대는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운데 예전 짚신 신고 지팡이 집고 다닐 때는 진짜 만고강산(萬古江山)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솔개와 물속에서 자맥질하는 물고기, 꿈틀거리는 아홉 마리 용들조차도 이러한 도(道)를 알아 스스로 즐겼을 것이다. 지금 와서는 천연대(天淵臺)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천연대가 하늘의 못으로 착각하여 땅에서는 보이지 않고 아득한 하늘의 별들만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런 것인가? 아마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함은 천연대(天淵臺)에 하늘 천(天)가 붙어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옥계는 언제나 그곳에 있지만 보고 즐기는 것과 보고도 즐기지 못하는 것조차도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천연대(天淵臺)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과 오묘함을 가르쳐 주는 안내판이라고 할까? 이렇게 옥계(玉溪)의 바위 하나하나와 천연대(天淵臺) 물밑에서 헤엄치고 있는 한 마리 버들치조차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아무튼 6, 7월 한여름이면 천연대(天淵臺) 밑은 옥계(玉溪)를 찾는 피서객으로 가득 찬다.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피서객들이 물밀 듯 밀려들면 저 혼자 하늘을 날던 솔개는 신이 난 나머지 팔각산 여덟 봉우리를 빙빙 돌다가는 제풀에 지쳐 봉우리 하나하나를 차례대로 앉았다 날았다하며 지친 날개를 잠시 가다듬으며 다시 옥계(玉溪)에다 전설을 심기 위하여 옥계 36경을 내려다보며 숨을 고른다. 

 

이런 때 구룡담(九龍潭)에서 뛰놀던 버들치나 은어도 주위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은 피서객들의 가시 돋친 혀와 눈길을 피해 아홉 마리 용이 용틀임하는 구룡(九龍)들의 비늘 속에 몰래 숨어서는 거친 숨을 조용히 내쉬며 피서객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리며 내일을 기약한다. 

 

이런 사정을 잘아는 손성을(孫星乙)선생은 틈만 나면 이곳 천연대(天淵臺)에 올라 향로봉과 동대산의 산신(山神)들을 불러 한판 바둑을 두며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나 솔개가 날고 버들치가 뛰노는 옥계에서 신선놀음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한 수의 시를 읊곤 하였다.


넓고 깊은 못엔 하나의 이치(理致)가 흐르는데                          浩浩淵淵一理流

무심히 곡신(谷神)과 더불어 놀고자 하면서                              無心更與谷神遊

거문고의 곡조(曲調)를 뜯으며 중용(中庸)을 말하지만                 抱琴曲用中庸語

하늘엔 솔개 날고 버들치는 도랑에서 뛰네.                              却把鳶魚靜裡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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