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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줄탁동시와 갈등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4.12 09:32 수정 2024.04.12 09:34

그 어느 시절보다 요란했던 사월 벚꽃 선거가 끝났다. 

꽃그늘 환한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전국의 총선유세를 떠올려 보니 새삼 칡과 등나무에 얽힌 갈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라는 방향이 서로 달라 결국은 악연인 듯 서로를 꽁꽁 묶고 밟아버리는 모양새로 살아가는 덩굴식물의 세계는 고유의 습성으로 이해할 문제겠지만 우리나라 선거는 때마다 색깔론으로부터 확산되어 쌓이는 국민 피로도가 칡과 등나무 껍질만큼이나 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방향을 서로가 조금만 인정해주면 갈등이 풀어질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들의 숙명일까.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말처럼 성숙할 때가 되면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며 기회와 인연이 서로 투합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줄탁동시는 줄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정확한 타이밍에 안팍에서 동시에 서로를 향해 쪼아야 무사히 새 생명이 탄생한다는 매력적인 이치를 품고 있는 말이다. 

 

이상적인 관계를 비유하기도 하며 서로가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곧잘 비유되는 말이기도 하다.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함을 강조할 때 기념사의 화두로 삼기도 한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알아듣고 밖에서 그 알을 쪼아 자기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안과 밖에서 쪼는 행위는 동시(同時)에 일어나야 하는데, 스승이 제자를 깨우쳐 주는 것도 이와 같아 제자는 안에서 수양을 통해 쪼아 나오고 스승은 제자를 잘 보살피고 관찰하다가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우침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하는 이 시점이 일치해야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이 일어난다. 끌어당김의 순간, 한 세계가 완성되는 것이리라. 

 

자기가 깨면 생명이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될 뿐이다 라는 농담하나 던져본다. 즉 자기의 생각과 아집을 죽일 줄 알아야 함을 의미한 말이다.

 

갈등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깊이 관련되어 있다. 갈등이 때로는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갈등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갈등을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 아닐까. 

 

이제 선택과 의지의 산물로 이름을 올린 자들은 바닥을 기고 있는 절박한 민생을 돌봐줄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이 쥐어 준 것은 잘난 아집으로 똘똘 뭉쳐 방향이 다른 상대를 맘껏 찍어버리고 뒤흔들어 보라는 권력이 결코 아니다. 

 

선거 문화가 낳은 막말의 비극은 이제 모두 안녕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당정갈등, 막말 공천, 테러, 정권심판론보다 우리 정치가 앞으로는 좀 더 민주적인 선거 문화로 정착되어 선거를 축제처럼 즐겼으면 좋겠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변화와 경청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선거라는 이름의 줄탁동시가 의미하는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의 조화로 등나무와 칡 나무의 갈등 고리를 천천히 풀어내 주시길 희망한다. 그리고 발전하고 협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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